필자는 ‘서편제(강산제) 보성소리'(보성교육청 발행) 책자를 읽으며, 나주의 문화·예술 관계자들도 그동안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몇 가지 아쉬움도 떠올랐다.
첫째, 나주시 신청문화관을 살펴보자.
이곳에는 ‘서편제 판소리의 본고장’이라는 제목 아래 정광수 명창을 비롯한 18명의 명창 사진 액자가 전시돼 있다. 벽면 상단에는 서편제 판소리의 계보, 고문서, 나주 무원의 활동 모습 등이 보기 쉽게 정리돼 있어 방문객들이 서편제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전시만으로 과연 나주시가 ‘서편제 본고장’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행사를 열고, 홍보하며, 책자를 발간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둘째, 신청문화관에 게시된 액자와 홍보물이 실제로 방문객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그리고 관련 자료나 책자가 각종 행사나 대외 홍보에 활용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성군의 경우, ‘보성소리(서편제)’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자료집을 발간·배포하고, 판소리 문화의 보존과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나주는 어떤 구체적 노력을 하고 있는가?
셋째, 지난 5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제27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를 보자.
이 축제는 보성문화원이 주관해 보성문화예술회관과 보성판소리 성지 등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공식 홍보 책자에는 “판소리 유네스코 유산 등재 22주년 기념 전국 판소리·고수경연대회 명창부 대통령상”이라는 문구가 당당히 적혀 있다.
이처럼 보성군과 나주시를 비교해 보면, 나주의 ‘서편제 판소리 본고장’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보성의 문화적 위상과 체계적인 활동이 돋보인다.
결론적으로, 보성군은 보성문화원을 중심으로 전국 규모의 판소리 경연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다양한 문화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접한 『판소리 유파의 전승 연구』(민속원 발행), 『보성소리』(보성문화원 발행), 『서편제-강산제-보성소리』(보성교육청 발행) 등의 자료는 보성군이 얼마나 진지하게 판소리 문화의 보존과 연구에 힘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에 반해 나주시는 ‘서편제 판소리의 본고장’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이제라도 판소리를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행정적·문화적 역량을 집중해 보존과 계승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