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은행나무와 고즈넉한 한옥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보산정사. 사진=이승정
거북 모양 받침돌 위에 위풍당당하게 세워진 사동십호선생 유적비. 사진=이승정
400년 전 사동계의 정신과 역사가 기록된 안내 비석. 사진=이승정
낙엽이 살포시 깔린 고즈넉한 돌담과 솟을대문. 사진=이승정

나주 다시면 초사리 마동마을 들녘을 지나면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나지막한 토석담길과 고즈넉한 한옥이 펼쳐진다. 햇살을 받으며 다정하게 곡선을 그리는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400년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고택과 비석들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지난 21일 찾은 이곳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나누고 마을의 따뜻한 정을 이어 가던 ‘보산정사(寶山精舍)’다.

전란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던 선조 40년(1607년), 나주 정씨 가문을 중심으로 모인 열 명의 학자 ‘사동십호(莎洞十皓)’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선 특별한 약속을 하나 맺었다. 바로 마을 향약인 ‘사동계(莎洞契)’다.

“어려운 이웃은 서로 돕고, 어른을 공경하며, 잘못은 서로 감싸 주자.” 이 다정한 문장은 요즘으로 치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간 지역 공동체 규약이었다.

보산정사가 더욱 특별하고 정겨운 이유는 멈춰 있는 옛 유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담 안쪽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곳엔 지금도 온기를 지키며 살아가는 후손들의 소박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버텨 온 고택에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니, 이곳은 과거에 멈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따스하게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던 따뜻한 약속의 공간이다. 가을 하늘빛이 아름다운 날,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다시면 보산정사의 돌담길을 가만히 걸어 보길 권한다. 400년 전 선선한 바람 속에서 나눔과 상생을 노래하던 선비들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여행자를 위한 작은 가이드]
위치: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 초사리(마동마을)
볼거리: 사동십호 유적비, 사동계 비석, 고즈넉한 토석담길과 솟을대문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 영산강 정원, 백호문학관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시니어신문네트워크가 주관하는 ‘2026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