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앙암바위. 사진=정숙희
바위 입구쪽에 있는 앙암바위 설명글. 사진=정숙희
바위 입구 쪽에 있는 ‘타오르는 강’ 문학기행글. 사진=정숙희
앙암바위 입구쪽 데크 임시 폐쇄 모습임. 사진=정숙희

전남 나주시 영산강변에 자리한 앙암바위는 오랜 세월 강물을 굽어보며 사랑의 전설과 사람들의 삶, 문학의 흔적을 품어온 곳이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바위는 묵직한 자태로 영산강과 어우러져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은 이곳에 전해지는 애틋한 설화와 소설 ‘타오르는 강’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6일 앙암바위를 찾았다. 바위 위쪽으로 이어지는 데크 입구에는 ‘임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통행로는 끈으로 여러 겹 묶여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앙암바위 정상에서 영산강의 풍경을 조망할 수는 없었지만,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은 이곳에 깃든 전설과 문학적 의미를 전하고 있었다.

아랑사와 아비사의 사랑 전설 깃든 바위

데크 앞 안내판에는 앙암바위에 전해 내려오는 아랑사와 아비사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삼국시대에 이곳에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전해지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절벽에 남아 있다는 내용이다.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을 오가는 사람들은 바위에 새겨진 듯한 형상을 바라보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모습이 잘 보이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바위의 형상에 사랑의 의미를 부여한 이 이야기는 앙암바위를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닌 설화와 감성이 깃든 장소로 만든다.

앙암바위에는 영산강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던 민간신앙의 흔적도 남아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바위 아래 동굴에는 용왕이 살고 있다고 여겨 예로부터 영산강을 오가는 배들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지금도 강물이 빠지면 동굴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과거 영산강은 사람과 물산이 오가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강을 삶의 터전이자 생업의 공간으로 삼았던 이들에게 안전한 뱃길은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였다. 앙암바위에 전해지는 용왕 신앙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소망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소설 ‘타오르는 강’ 속 영산강을 만나다

앙암바위의 또 다른 가치는 문학에 있다. 바위 앞에는 문순태 작가의 소설 ‘타오르는 강’을 소개하는 문학기행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개동이가 우암이와 함께 개산에 올라 조부모와 어머니 산소의 벌초를 마친 뒤 앙암바위에 이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작품 속 개동이는 나주 쪽에서 토계리 산모퉁이를 휘돌아 선창을 지나 앙암바위 밑으로 몸을 비틀며 구불구불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우암에게 “영산강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 여기다”라고 말한다.

소설 속 인물의 시선은 오늘날 앙암바위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사람과 마을을 연결하고, 생업과 삶을 지탱하며, 시대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본 역사의 무대다. ‘타오르는 강’은 영산강 유역의 삶과 시대상을 문학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현장의 문학기행 안내판은 소설 속 풍경과 실제 장소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앙암바위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강 건너편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안내판에는 바위 정상에 오르면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이 풍경이 영산강 8경으로 꼽힌다고 소개돼 있다. 다만 데크가 임시 폐쇄된 상태여서 정상에서의 조망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자연경관을 넘어 역사·문화·문학이 만나는 공간으로

앙암바위는 자연경관과 사랑의 설화, 영산강 수운의 기억, 지역 문학이 어우러진 나주의 역사문화 자원이다. 황포돛배와 연계한 강변 관광은 물론, 소설 속 장소를 따라가는 문학기행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현장 안내시설의 체계적인 관리와 방문객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데크 임시 폐쇄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폐쇄 사유와 이용 제한 범위, 재개방 일정 등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설화와 문학기행 안내판을 활용한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황포돛배, 영산포 일대의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한다면 앙암바위를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관광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영산강은 오늘도 나주의 들과 마을을 굽이돌며 흐른다. 그 물길을 바라보는 앙암바위에는 사랑을 이루고자 했던 이들의 소망과 뱃사람들의 무사안녕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강을 터전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기억이 겹겹이 쌓여 있다.

오래된 전설은 문학을 만나 새로운 의미를 얻고, 문학 속 풍경은 실제 장소를 통해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앙암바위가 간직한 이야기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일은 나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시니어신문네트워크가 주관하는 ‘2026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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