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369번지. 이곳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격동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최희량 장군의 충절과 그 정신을 이어온 수성최씨 무숙공파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신도비와 종가의 이야기는 나주가 품은 역사문화의 깊이를 전하며, 오늘날에도 선조들의 충의와 가문의 전통을 되새기게 한다.
이순신 장군과 함께 왜적에 맞선 무장, 최희량
최희량(1560~1651)은 호가 일옹이며 시호는 무숙이다. 선조 27년(1594) 무과에 급제한 그는 정유재란 당시 흥양현감으로서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왜군과 맞서 싸웠다. 명도·첨산·예교 등의 전투에서 공을 세웠으며, 적의 포로가 되었던 신덕희를 비롯한 700여 명이 살아 돌아오는 데에도 힘썼다.
그는 전투의 성과와 수군의 활동 상황을 상세히 기록해 상부에 보고했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했으며, 훗날 선무원종공신 1등에 녹훈되고 병조판서에 추증되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최희량의 삶은 전란의 역사 속에서 충절과 책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이야기다.
1901년, 후손들이 세운 충절의 기념비
최희량 장군 신도비는 장군의 생애와 업적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광무 5년(1901) 후손들이 세운 비석이다. 네모난 받침돌 위에 비몸을 세우고 지붕돌을 얹은 형태로, 비문에는 장군의 공적과 생애를 기리는 뜻이 담겨 있다. 비문은 송치규가 글을 짓고, 그의 자손인 송지헌이 내용을 덧붙여 기록했다.
신도비는 단순한 석물이 아니다. 선조의 충절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후대에 전하려는 후손들의 정성이 깃든 역사문화유산이다. 비석 앞에 서면 한 시대를 살았던 무장의 삶과 그를 기억해 온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대대로 이어온 수성최씨 무숙공파의 역사
수성최씨는 고려시대 최영규를 시조로 모시는 성씨다. 나주에 뿌리내린 수성최씨 가문은 대대로 학문과 충절의 전통을 이어왔다.
특히 최희량의 형제들은 임진왜란 당시 각기 권율·김천일 등 의병장과 함께 활약하거나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왜군에 맞서 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기록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최희량의 아들 최현은 나주 반남으로 옮겨 종가의 터전을 마련했으며, 후손들은 선조의 유산을 보존하고 가문의 전통을 이어왔다. 종가는 한 집안의 거처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역사적 공간이자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온 소중한 터전이다.
보물 제660호, 정유재란의 현장을 증언하다
최희량 장군의 업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유산은 『최일옹파왜보첩』이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을 격파한 결과를 상부에 보고한 문서들을 모은 것으로, 전선과 병기, 군량 등 당시 전투 상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수결과 관인이 남아 있어 조선 수군의 전투와 군사 운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이 문서는 보물 제660호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비석에 새겨진 기록과 문헌에 담긴 역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최희량 장군의 삶을 전한다. 이를 통해 나주가 단순히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지역을 넘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생생한 기록을 품은 역사문화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선조의 충절을 오늘에 잇는 나주의 역사문화유산
최희량 장군과 관련된 문화유산으로는 신도비를 비롯해 장군을 추모하는 무숙사와 이순신·최희량·정여린을 기리는 삼선생유허비 등이 전해진다. 이러한 유산은 선조들의 충절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후손들과 지역사회의 노력을 보여준다.
나주 다시면 가흥리에서 만나는 최희량 장군 신도비와 수성최씨 무숙공파의 역사는 나주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곳을 찾아 비석의 형태와 기록을 살펴보고 가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역사책 속 인물로만 알았던 선조들의 삶을 한층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충절의 흔적을 따라 걷는 나주 역사기행. 최희량 장군 신도비와 수성최씨 무숙공파 종가는 나라를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뜻과 그 정신을 이어온 후손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뜻깊은 역사문화 탐방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