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동굴 안에서 불을 피워 생선과 조개, 신선한 자연의 식재료를 나누며 살아갔던 1,500년 전 고대 반남인들의 소박하지만 풍요로웠던 삶의 풍경. 이미지=생성형인공지능(정웅남)

영산강 젖줄 품은 반남 고분군의 생활 유적, 2천 년 전 고대인들의 먹거리와 풍요로운 삶을 들여다보다

​역사적 유물이라 하면 흔히 화려한 금동관이나 거대한 옹관, 위엄 있는 칼과 장신구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고대인들의 가장 진솔하고 생생한 삶의 궤적이 담긴 곳은 다름 아닌 그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토기(土器)’와 그 속에 남아있는 생활의 흔적이다.

​이번 28회에서는 반남고분군 주변 유적과 토기 속에서 발굴되는 조개껍데기와 물고기 뼈, 곡식의 흔적을 통해 2천 년 전 영산강 유역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고대 반남 마한 사람들의 식문화와 생활상을 조명한다.

​영산강이 내어준 풍요, 토기 속 조개껍데기가 말해주는 바다와 강

​반남 일대 유적지와 생활 터전에서 발굴된 여러 토기 안에서는 굴, 바지락, 재첩, 소라 등 다채로운 패류 껍데기가 무더기로 출토된다. 당시 영산강은 하구둑이 없던 시절로, 서해의 바닷물이 영산강 깊숙이 나주와 반남 들녘까지 밀려드는 감조하천(感潮河川)이었다.

​마한 사람들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영양가 높은 수역에서 수시로 싱싱한 조개와 굴을 채집하여 토기에 담아 조리하거나 저장했다. 토기 표면과 내부에서 확인되는 흔적은 당시 반남 일대가 바다와 강이 조화를 이룬 풍요로운 생태계였음을 보여주며, 마한인들이 수자원을 매우 알차고 능숙하게 활용했음을 입증한다.

​물고기 뼈와 짐승 뼈로 복원하는 마한의 산해진미

​토기 사이로 함께 발굴되는 미세한 물고기 뼈와 짐승 뼈는 고대 반남의 식탁이 얼마나 다채로웠는지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숭어, 붕어, 잉어 등 강과 바다를 오가는 어류의 뼈는 물론, 사슴, 돼지, 꿩 등 야생 동물과 가축의 뼈가 토기 안팎에서 발견된다.
​마한인들은 수영과 그물질로 물고기를 낚고, 자미산성 주변 산자락에서 수렵을 즐기며 육류를 확보했

다. 특히 벼농사 기술의 발달로 얻은 쌀과 보리, 조, 콩 등의 곡물에 가축의 고기와 강·바다의 수산물이 더해져 그들의 식탁은 오늘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영양학적으로 풍부하고 다채로웠다.

​ 토기 속에 담긴 삶의 맛과 제의의 순간

​이러한 먹거리들은 대형 옹관을 만든 반남 마한의 우수한 토기 제작 기술과도 직결된다. 다양한 크기의 민무늬토기와 시루, 발, 항아리 등은 음식을 삶고, 찌고, 저장하는 조리 기법이 매우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커다란 고분을 축조할 때 부락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공음례(共飮禮)’ 문화가 발달했다. 토기 속에 정성껏 담겼던 조개와 생선, 곡식주(酒)는 고대 반남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매개체이자, 풍요를 기원하는 거룩한 제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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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수천 년 세월을 견디며 토기 속에 고이 남은 조개껍데기 하나, 미세한 물고기 뼈 한 조각은 웅장한 고분 못지않게 뜨거운 삶의 숨결을 전달한다. 영산강의 풍요로운 혜택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산해진미를 즐겼던 고대 반남인들의 삶. 토기 속 흔적이 전하는 그들의 식탁은 오늘날 우리에게 따뜻하고 정겨운 삶의 온기를 온전히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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