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시 원도심의 역사적 공간인 나주정미소와 나주작은미술관을 무대로 펼쳐졌던 한-루마니아 문화교류전이 시민들의 큰 호응 속에 열흘간의 대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국과 루마니아 수교 36주년을 기념해 나주시와 주한 루마니아대사관이 주최하고 나주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교류전은 ‘채움의 언어와 비움의 미학 – 이아와 저고리’ 라는 주제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나주 읍성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후원해 지역 문화재생의 의미를 더했다.
이번 전시는 공간의 특성에 맞춘 이원화된 운영으로 관람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나주정미소 본관에서는 20세기 현대 추상 조각의 새로운 언어를 만든 거장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 1876~1957)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사진전이 평일 오후 6시까지 열렸다. “진정한 의미에 다가설수록 사물은 단순해진다”는 그의 철학 아래 외형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생명과 우주의 본질만을 정제된 형태로 담아낸 순수한 추상 조각 세계가 사진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동시에 나주작은미술관(별관)에서는 밤 10시까지 불을 밝히며 ‘루마니아 영혼의 표현들’을 타이틀로 한 미하엘라 너스타세(Mihaela Nastase) 작가의 건축과 민속 사진전, 그리고 양국의 전통 복식전이 상설 운영됐다. 직장인과 야간 산책을 나선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원도심 골목에서 이국적인 예술을 향유하는 호사를 누렸다.
특히 사진전은 팸플릿에 소개된 ‘시간이 한 번도 서두르지 않았던 곳들’이라는 문구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루마니아 농촌(부코비나, 아르제슈 마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차가운 아침의 고요함과 전통 풍습, 축제 등 일상의 느린 걸음을 포착한 사진들은 나주 원도심이 가진 특유의 담백하고 빈티지한 공간감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넸다.
전시의 백미로 꼽힌 복식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루마니아 전통 블라우스 ‘이아(ia)’와 한국의 ‘저고리’가 나란히 진열되어 눈길을 끌었다. 형형색색의 실로 삶의 염원을 촘촘하게 맞대어 기록한 이아의 ‘채움의 언어’와, 바람이 드나드는 여백을 남겨둔 한국 저고리의 ‘비움의 미학’은 본관 브랑쿠시 조각의 단순미와도 맞닿아 있었다. 두 나라의 옷은 서로 뚜렷하게 대비되면서도 삶의 가장 아름다운 기원을 담았다는 공통된 분모로 시공간을 초월한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다.
전시 기간 중에는 루마니아 한류협회 아리랑(ACA) 회원 35여 명이 나주를 직접 방문해 한복 체험과 문화 교류 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열기를 더하기도 했다.
나주문화재단 관계자는 “굳이 멀리 외부의 대형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우리 동네 골목길 작은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나주의 역사적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세계적인 문화와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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