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내 밀납 검표원과 관광객들. 벽면에 당시영화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한장숙
기차표 발급 밀납모형, 열차시각표, 열차운임표 정경. 사진=한장숙
영산강의 옛사진과 방공.방첩 표어가 세월의 흔적을 나타낸다. 사진=한장숙

구 나주역은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 중 하나로 평가받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거대한 역사가 시작된 발원지이다. 1913년 7월 1일 호남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연 근대 건축물로 나주의 근대 역사를 생생하게 되새기는 교육 현장이자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 관광지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1929년 10월 30일 오후, 전국적인 항일 학생운동을 촉발한 ‘나주역 사건’의 실제 무대이다. 당시 광주에서 나주로 오던 통학 열차에서 내린 일본인 중학생들이 한국인 여학생(이광춘, 박기옥)의 댕기 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하자, 이를 목격한 박준채 등 한국인 학생들이 이에 거세게 항의하며 충돌이 시작됐다. 단순한 학생 간의 다툼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일본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와 차별 대우로 인해 민족적 공분으로 확산됐다. 이어 11월 3일 명치절과 개천절이 겹친 날, 광주에서 대규모 항쟁이 일어났으며, 11월 12일 2차 시위를 거쳐 전국 194개 학교 5만 4천여 명이 참여하는 거국적 학생독립운동으로 발전했다.

2001년 호남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나주역이 통합 이전하면서 현재 구 나주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 되었으나,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전라남도 기념물 제183호로 지정, 그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역사 내 대합실에는 당시 역무원들의 근무 모습과 개찰 장면을 재현한 실물 크기의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통표와 승차권, 비둘기호·통일호 시절의 운임표 등 희귀 철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근대 철도사의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역사와 영산강의 흑백사진, 방공·방첩 표어, 역사 내부에서 공연했던 ‘나주학생독립운동 헌정 음악회’ 연도별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어 세월의 무게도 느껴볼 수 있다. 구 나주역 바로 옆에는 KTX와 SRT 열차가 수시로 지나가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구 나주역 옆에 위치한 ‘나주학생독립운동 기념관’은 역사의 깊이를 더한다. 2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실에서는 나주 출신 항일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주도한 저항 정신을 상세히 알아볼 수 있다. 기념관 광장에 세워진 기념탑은 방문객들에게 호국보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특히 이 일대는 남고문, 금성관, 정수루 같은 주요 명소와 나주의 대표 음식인 나주곰탕 거리가 도보로 10~20분 안에 위치해 있어, 주요 볼거리를 두루 즐길 수 있는 빠질 수 없는 여행 코스로 꼽힌다.

구 나주역은 단순한 옛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저항정신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이다.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해 역사를 되새기고 나라를 되착기까지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구 나주역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주차료와 관람료는 무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