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는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자식들을 위해 젊은 날을 치열하게 살아온 엄마는 어느덧 팔십 중반, 이젠 얌전한 소녀처럼 고운 미소를 짓는다.
몇 번이나 더 이런 여행을 함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마음을 차분하게 감싼다. 하늘빛과 물빛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경계를 잃고, 잔잔한 파도는 모래사장 위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어느덧 그런 자유로움이 부러운 나이가 되어버렸음을 느낀다.
잠시, 시간을 멈춰본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시간. 일상의 복잡함은 잠시 내려두고,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평화를 온몸으로 느껴본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조용히 바다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니, 인생도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점점 아이로 돌아가는 엄마는 어정어정 모래사장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곧 파도에 지워질 그 발자국들이, 이제야 분명히 보인다. 평생 치열하게 자식들을 사랑해온 삶의 흔적이었음을.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 살갗을 스치는 바닷바람이 오늘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오남매는 오늘도 이 바다에서, 엄마와 함께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