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시 남평읍에 위치한 가야금 명창 안기옥의 생가를 찾아가는 여정이 진행됐다.
김창조 가야금 산조의 수제자로 알려진 안기옥(1894~1974) 명창은 구 나주군 남평면 대교리에서 세습 기악 연주가 안영길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국 전통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안기옥은 7~8세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다. 당시 김창조의 순회 공연단이 남평면을 방문했을 때, 어린 안기옥은 본고장 공연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지역을 따라다니며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1856~1919)의 수제자로 10여 년간 사사했으며, 스승의 유언에 따라 김창조 산조의 원형을 보존하는 한편, 자신의 산조를 별도로 구분해 후대에 전수함으로써 한국 음악사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지난 3월, 안기옥 명창의 옛 주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남평읍 행정복지센터 총무팀장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과거 남평면 대교리로 알려진 지역은 현재 대교1리와 대교2리로 분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대교2리 이장과의 통화를 통해 안성현사업회 회장 서희열과 전 나주문화원 이사 최정웅이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최정웅 전 나주문화원 이사로부터 안기옥 명창의 생가에 대한 자세한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안기옥 명창이 ‘엄마야 누나야’ 등으로 알려진 민족음악가 안성현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안성현의 가계는 고조부터 손자인 안세준까지 내리 5대가 독자로 이어졌으며, 음악적으로는 고조대부터 6대에 걸쳐 음악가를 배출한 예술 가문이다.
안기옥 명창의 생가는 현재 나주시 남평읍 남평2로 8-2(대교2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평읍 연합의원 앞 골목길에서 찾을 수 있다. 생가 대문 우측에는 아들 안성현에 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다만, 안성현의 부친인 안기옥 명창에 대한 안내는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안내판에는 안성현 선생이 우리 전통음악의 예술적 순수성을 서양 고전음악 기법과 결합하여 민족음악 발전에 기여한 업적이 소개되어 있다.
안성현은 1920년 7월 13일 이곳에서 태어나 동경 동방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6·25 당시 평양의 예술 행사에 참여한 후 북한에서 작곡가, 지휘자, 연구사, 교향악단장, 공훈예술가로 활동하다 2006년 4월 25일 작고했다.
안성현의 부인 성동월의 증언에 따르면, 안기옥은 광주에 거주하다가 1946년 서울에서 민족악단을 조직했으며, 이후 평양음악대학 등에 적을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평읍 드들강변에는 안성현 선생을 기리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노래비가 세워져 있으며, 나주문화원은 2018년 ‘안성현 백서’를 발행해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번 취재를 통해 안기옥과 안성현, 두 음악가의 삶과 업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비록 안성현은 북한에서 활동하며 잊힌 인물이 되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고 있다.
나주 남평에 남아 있는 그들의 흔적은 우리 음악사의 소중한 자산이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