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둑거리는 가위 소리와 함께 잘려 나간 나뭇가지 냄새가 마당에 퍼지던 초가을 오후였습니다. 며칠 뒤면 아들의 앞날을 약속하는 상견례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큰 일을 앞두고 집 안팎을 정돈하고 싶은 마음에 평소 미뤄 두었던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사달은 한순간에 일어났습니다. 무심코 건드린 덤불 사이에서 웅웅거리는 위협적인 날갯짓과 함께 십여 마리의 말벌들이 나를 덮쳤습니다.
“으악!“
날카로운 바늘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양쪽 팔에 말벌들이 사정없이 침을 쏘아댔습니다. 그 위급한 순간,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은 “아파!”도 “살려줘!”도 아니었습니다.
“안 돼! 얼굴만은 제발 쏘지 마라!“
나는 비명을 삼키며 두 손으로 얼굴을 필사적으로 감싸쥐었습니다. 양팔에 꽂히는 벌침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오직 얼굴만은 사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사돈댁 앞에 앉아 아들의 귀한 자리를 망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얼굴은 단 한 방도 쏘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양팔은 독기 때문에 붉고 무겁게 부어올랐습니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남편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면서도 내 얼굴부터 살폈습니다. 나 역시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래도 얼굴은 멀쩡하네” 하고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마음만은 한없이 가벼웠습니다. 자식의 특별한 날을 온전한 모습으로 축복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통증을 이겨낼 힘이 되었습니다.
상견례 당일, 나는 부기를 가리기 위해 긴소매 옷을 챙겨 입고 장소로 향했습니다.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눌 때마다 부어 오른 팔이 욱신거렸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날의 벌침 자국은 오래전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말벌 떼 속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던 그 순간만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해마다 말벌이 날아다니는 계절이 오면 남편과 나는 그날 이야기를 꺼내며 한참을 웃곤 합니다.
“그 와중에도 얼굴 걱정부터 했잖아.“
남편은 여전히 놀리듯 말하지만, 돌아보면 그때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내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자식의 소중한 출발을 온전하게 축복해 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자 체면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들은 이제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 되었고, 그날의 통증도 조바심도 까마득해졌습니다. 하지만 지독했던 벌침의 아픔보다 자식이 더 소중했던 그날의 내 마음만큼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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