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나주박물관 전시실에 우아한 자태로 전시된 이 목걸이는 붉은 유리구슬 수십 점을 섬세하게 엮어 만든 장신구입니다. 영산강 유역을 호령하던 마한 지배층의 세련된 미의식과 찬란했던 고대 수공예 기술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사진=정웅남


우리 고향 나주 반남면은 백제·신라·가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했던 마한의 위대한 왕도가 있던 중심지입니다. 나주시니어신문이 국립나주박물관과 함께 찬란한 고대 문화를 꽃피웠던 미스터리한 정치 세력인 마한의 위대한 역사를 파헤치는 35부작 연재를 선보입니다. 매주 발행되는 신문을 스크랩하여 보관하면 우리 집 안방에서 즐기는 최고의 ‘마한 역사 대백과사전’이 될 것입니다. 반남면의 후예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품고 선조들의 강인한 뚝심과 기상이 담긴 위대한 보물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싣는순서(대주제)]
제1부 미스터리의 서막, 왜 나주 반남인가?
제2부 세계 고고학계가 경탄한 대형 독널(옹관) 문화의 신비
제3부 국보 금동관과 지배층의 찬란한 황금 보물들
제4부 마한 민초들의 따뜻한 일상과 풍요로운 경제력
제5부 미래로 이어지는 박물관의 숨은 매력과 비전
출토 ‘유리구슬과 대형 목걸이’, 찬란한 푸른빛 속에 서린 귀족 사회의 위엄
고향 나주 반남면의 거대한 대지 아래 숨겨진 고분들은 단순히 철기와 금동관이라는 무쇠와 황금의 무기질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캄캄한 독널(옹관) 무덤 속 피장자의 목 주변과 몸체 위에서 쏟아져 나오는 찬란하고 영롱한 푸른빛의 유혹. 그것은 바로 머나먼 해외 교역로를 통해 고대 나주로 건너온 유리구슬과 대형 목걸이다.
본지가 이어온 기획 연재 중 대주제 **[국보 금동관과 지배층의 찬란한 보물들]**의 네 번째 순서이자, 제⑰부 본격 탐구인 이번 회차에서는 영산강 유역 최고 지배층이 누렸던 국제적 감각의 미적 세계, 그리고 유색 유리구슬에 담긴 고대 해양 왕국의 무역 네트워크를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파헤친다.
바다를 건너온 찬란한 영롱함, 고대 해양 왕국의 글로벌 교역망
나주 반남면 고분군을 비롯한 영산강 유역의 대형 고분에서 출토되는 수많은 유리구슬과 각종 옥 장신구들은 당시 이 지역이 결코 내륙에 갇힌 폐쇄적인 소집단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명백한 물증이다. 정교하게 가공된 푸른색, 붉은색, 투명한 유리구슬들은 당시 한반도 남부의 자체 기술을 넘어, 중국, 동남아시아, 심지어 서아시아(로마 제국 영내 등)와의 해양 교역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된 최고급 수입 명품들이었다.
비옥한 나주평야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식량 자원을 바탕으로, 영산강의 뱃길을 틀어쥐고 동아시아 해상 무역의 주도권을 호령했던 마한의 군주들. 그들이 누렸던 경제적 부와 국제적 외교 지위가 바로 이 영롱한 유리구슬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귀족의 목을 감싼 찬란한 권위, 목걸이에 서린 신분과 미학
출토 당시 피장자의 목과 가슴 부위에 정교하게 이어진 대형 목걸이는 단순한 장식품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구슬들을 치밀한 비례와 규칙에 따라 엮어 만든 이 목걸이는, 지상에서 군주가 지녔던 절대적인 신분과 고귀한 영적 지위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핵심 표지였다.
햇빛이나 불빛 아래서 영롱한 푸른빛과 오색 찬란한 광채를 발하도록 설계된 이 장신구들은, 살아생전 백성들 앞에서 군주의 위엄을 빛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 저승으로 향하는 어두운 길목에서 피장자의 영혼을 찬란하게 보호해 주는 거대한 주술적 호신부 역할을 수행했다.
지하의 무덤에서 영원히 피어나는 마한 귀족들의 문화적 자존심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흙 속에 묻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국립나주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유리구슬과 목걸이들은 유실됨 없이 여전히 눈부신 청색의 영롱함을 뿜어내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 유물들은 백제나 신라의 중앙 집권적 문화와는 결코 다른, 영산강 유역만의 개성 넘치고 세련된 미적 감각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화려한 금동관과 금동신발이 왕권의 거룩한 위엄을 세웠다면, 이 영롱한 유리구슬과 목걸이는 고대 반남 귀족 사회의 숨결과 문화적 세련미를 완성하는 가장 아름다운 화룡점정이었다.
[기자수첩]
박물관 전시실 유리 쇼케이스 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유리구슬 무더기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 작은 보물들이 건너왔을 아득한 바다의 길을 그려보곤 한다. 수천 년 전 거친 파도를 헤치고 영산강 어귀로 들어선 무역선의 돛대, 그리고 그 상인들과 교감하며 이 찬란한 구슬을 품에 안고 기뻐했을 마한의 귀족들. 죽음이라는 영원한 이별의 순간에도 이 아름다운 보들을 목에 걸고 저승으로 향하고자 했던 그들의 감수성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마저 아득한 동경으로 물들인다. 바다를 품고 세계와 소통했던 고향 반남의 위대한 선조들이 남긴 이 푸른빛의 유혹은, 오늘날 우리 나주가 지닌 문화적 자부심의 가장 찬란한 보석으로 영원히 빛날 것이다.
*이어질 [기획연재 위대한 역사 마한 ⑱] 국보 금동관과 지배층의 찬란한 보물들 — 용과 봉황의 눈빛을 닮은 명검: 봉황문 고리자루칼(환두대도)*에서는 영산강 유역 무인 지배층의 강력한 무소불위의 권력과 최고급 공예 기술의 진수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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