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옹관 가마터 통로 표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박지문(拍炙文)**의 모습. 거대한 진흙 속 공기를 빼고 밀도를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고대 마한의 장인들이 문양이 새겨진 나무 방망이(박자)로 표면을 탁탁 두드리며 완성해 낸 격렬한 조업과 장인정신의 생생한 흔적이다. 사진=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대형 옹관(동널) 표면에 촘촘하게 새겨진 빗살무늬 박지문(拍炙文)의 상세 모습. 거대하고 두꺼운 진흙을 터지지 않도록 단단히 다지는 과정에서, 정교한 빗살무늬가 새겨진 타날판(나무 방망이)을 사용해 정성스럽게 두드려 만든 마한 장인들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조형미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진=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발굴 조사 현장에서 수습된 대형 옹관(동널)의 여러 파편 조각들. 비록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조각조각 분리되었으나, 단면의 두께와 붉은 흙(태토)의 배합 상태, 그리고 표면에 남은 박지문 등을 통해 고대 마한 장인들의 정교한 옹관 제작 기술과 당시의 조업 환경을 역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학술적 단초를 제공한다. 사진=정웅남(국립나주박물관제공 자료책자)

우리 고향 나주 반남면은 백제·신라·가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했던 마한의 위대한 왕도가 있던 중심지입니다. 나주시니어신문이 국립나주박물관과 함께 찬란한 고대 문화를 꽃피웠던 미스터리한 정치 세력인 마한의 위대한 역사를 파헤치는 35부작 연재를 선보입니다매주 발행되는 신문을 스크랩하여 보관하면 우리 집 안방에서 즐기는 최고의 ‘마한 역사 대백과사전’이 될 것입니다반남면의 후예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품고 선조들의 강인한 뚝심과 기상이 담긴 위대한 보물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싣는순서(대주제)]
제1부 미스터리의 서막, 왜 나주 반남인가?
제2부 세계 고고학계가 경탄한 대형 독널(옹관) 문화의 신비
제3부 국보 금동관과 지배층의 찬란한 황금 보물들
제4부 마한 민초들의 따뜻한 일상과 풍요로운 경제력
제5부 미래로 이어지는 박물관의 숨은 매력과 비전

​고대인들이 남긴 유물을 마주할 때, 표면에 새겨진 문양(紋樣)은 당대인들의 정신세계와 기술적 노하우를 해독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앞선 제8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대 반남의 장인들은 1,200도라는 한계의 불꽃을 통제하는 열역학적 혁신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단단한 그릇을 굽는 데 그치지 않았다. 거대한 독널(옹관)의 외벽을 촘촘하게 감싼 기하학적인 ‘박지문(박지 무늬)’과 정교한 ‘줄무늬’ 속에는 미학적 아름다움과 첨단 기능 공학이 절묘하게 결합한 마한 특유의 저력이 숨쉬고 있다.

​본지가 국립나주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35부작 대연재, 그 아홉 번째 순서로 반남 대형 독널 표면에 투영된 비밀의 선들을 추적하고, 그 속에 담긴 장인들의 설계 미학을 학술적으로 철저히 규명한다.

​기능과 예술의 결합: 박지문(격자·박지 무늬)에 숨겨진 공학적 비밀

​반남면 일대의 고분군에서 출토된 대형 독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마치 바둑판이나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찍혀 있는 기하학적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고고학계에서 ‘박지문’ 혹은 ‘격자 타날문’이라 부르는 이 문양은 장인들이 성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새겨 넣은 과학적 흔적이다.

​높이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옹관을 빚을 때, 흙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태토(바탕흙) 내부에 미세한 기포나 공기층이 갇히게 된다. 만약 이 상태로 가마에 들어가면 고온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마한의 장인들은 문양이 새겨진 나무판(타날판)으로 독널의 외벽을 쉴 새 없이 두드려(타날) 내부의 공기를 완벽하게 압착·배출시켰다. 두드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외벽에 밀착된 박지문은 흙 입자 간의 결합력을 극대화하여 옹관의 기벽을 철기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뼈대 역할을 했다. 즉, 박지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천년의 내구성을 완성하기 위한 고도의 ‘기능적 표면 공학’이었던 셈이다.

​영혼의 캔버스에 그어 내린 선: 줄무늬(침선문)가 자아내는 미학

​박지문이 독널 전체의 구조적 완성도를 책임졌다면, 옹관의 어깨와 몸통을 따라 흐르는 정교한 ‘줄무늬(침선문)’는 마한 장인들의 탁월한 회화적·예술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인들은 흙이 마르기 전,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수평 혹은 동심원 모양의 깊고 선명한 줄무늬를 정성스레 그어 내렸다.

​이 줄무늬들은 거대한 독널이 자칫 자아낼 수 있는 투박함과 중압감을 상쇄시키며, 옹관 전체에 중후하고 세련된 시각적 리듬감을 부여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음영이 다르게 떨어지는 줄무늬의 미학은 죽음이라는 장엄한 의례를 치르는 고대 지배층의 권위를 한층 더 엄숙하고 고귀하게 만들어주었다. 흙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한 줄 한 줄 정성껏 그어 내린 비밀의 선들은, 사후 세계로 떠나는 영혼을 가장 아름다운 예술로 배웅하려 했던 반남 마한인들의 숭고한 정신성이 깃든 예술적 성취다.

​독창적인 반남 양식: 동아시아 세라믹 역사에 새겨진 주권

​독널 표면의 문양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은 과거 일제가 왜곡하려 했던 마한의 역사적 주권을 수호하는 데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당시 일제 관학자들은 한반도의 고대 토기 문양을 중국이나 일본 양식의 단순한 모방으로 폄하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반남 대형 독널에 구현된 박지문과 침선문의 조합 방식은 중국의 도토기나 일본의 한 가와(埴輪) 등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영산강 유역만의 독창적 정체성’을 띠고 있다.

​일정한 간격과 깊이로 문양을 배치한 정밀함은 가마 기술과 재료 공학뿐만 아니라, 표면 마감 디자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표준화된 매뉴얼이 장인 집단 내부에서 완벽하게 전승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이 선들이야말로 반남면 일대의 마한 문명이 대외적인 문화적 압박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양식을 당당하게 지켜내며 동아시아 세라믹 문화를 선도했음을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다.

선조들이 남긴 비밀의 선, 미래의 예술적 긍지로 피어나다

​현대의 서양화가들이나 세라믹 디자이너들마저도 반남 독널의 표면 무늬를 마주하면 그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기하학적 미학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수천 년의 세월을 버티고 우리 앞에 선 독널의 문양들은 선조들의 지혜와 땀방울이 만들어낸 위대한 디자인 자산이다.

국립나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독널 표면의 박지문과 줄무늬는 구조적 결함을 막는 공학적 장치임과 동시에, 당대 마한인들이 도달했던 최고 수준의 시각 예술”이라며, “이 비밀의 선들을 온전히 해석해 낼 때 비로소 마한의 온전한 정신세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흙 표면에 깊은 숨결과 선을 새겨 위대한 미학을 일궈낸 반남 장인들의 기상은 오늘날 고향을 지키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정교한 예술적 성취의 안식처 속에서, 과연 고대 선조들은 어떤 모습으로 누워 있었을까. 이어지는 제10부에서는 독널 무덤이라는 영원의 방 안에서 출토된 인골을 분석하여 고대인들의 실제 삶을 생생하게 보증할 역작, ‘제10부: 동널 속에서 발견된 뼈조각 ― 고대 반남인들의 체형과 건강 상태’를 집중 취재하여 보도할 예정이다.

[기자 수첩] 진흙 벽에 새겨진 선조들의 위대한 공학적 미학

​대형 독널 표면을 촘촘하게 메운 박지문과 정교한 줄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가마 안의 엄청난 열기를 견디게 하고 구조적 균열을 막아내기 위해, 타날판으로 수만 번 외벽을 두드렸을 고대 반남 장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정밀한 공학적 계산이 빚어낸 비밀의 선입니다. 이러한 기능성 위에 완벽한 회화적 리듬감까지 더해낸 선조들의 미적 감각은, 오늘날 우리 반남면 주민 여러분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가장 위대한 문화적 자긍심의 뿌리입니다.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단단하고 아름다운 독널의 표면을 마주하실 때, 그 촘촘한 무늬 속에 담긴 선조들의 위대한 예술성과 공학적 숨결을 자랑스럽게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향토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으로 가꾸어 가시는 반남면 주민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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