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전해오는 왕건과 장화왕후의 만남을 형상화한 조형물,말을 탄 고려 태조 왕건에게 우물가의 처녀(훗날 장화왕후)가 물바가지를 건네는 장면을 청동상으로 재현했다. 사진=안행자
왕건과 나주오씨처녀 만남의 상징조형물 안내문, 사진=안행자
고려 태조 왕건 태조비 장화왕후 오씨 유적비 귀부(거북받침)위에 세운 이수비로,완사천에서 왕건과 인연을 맺은 장화왕후 오씨를 기리는 유적비다. 사진=안행자
온사천 우물터 왕건과 장화왕후가 실제로 만났다고 전해지는 옛 샘터. 돌담 아래 물바가지 든 처녀상이 지금도 우물을 지키고 있다, 사진=안행자
나주 완사천 안내판(전남 기념물 제 93호) 왕건과 장화왕후의 만남 설화가 담긴 완사천의 유래를 소개하는 안내판. 사진=안행자
‘완사천’세글자가 새겨진 자연석 표지석. 배롱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유적지 초입을 알린다. 사진=안행자

“버들잎 하나를 띄워 물을 건넨 처녀의 짧은 행동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상대를 살필 줄 아는 지혜였습니다.”

나주에서 60년 동안 살아온 이기병 씨는 나주시 송월동에 위치한 완사천(浣紗泉)을 두고 단순한 지역 유적이 아닌, 역사가 살아 숨 숨쉬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완사천은 고려 태조 왕건과 장화왕후 오씨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곳이다. 900년대 초, 태봉국 궁예의 장군이었던 왕건은 영산강 물길의 요충지인 나주를 손에 넣기 위해 10여 년에 걸쳐 여러 차례 머물렀고, 그 과정에서 호족 오다련의 딸을 만나게 됐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왕건이 나루터 위쪽 산 아래에서 다섯 가지 색의 상서로운 구름을 발견하고 찾은 샘가에서 한 여인이 물을 긷고 있었다. 목이 말랐던 왕건이 물을 청하자 여인은 급히 물을 마시다 탈이 날까 염려해 두레박 물 위에 버들잎 하나를 띄워 건넸다. 왕건은 지혜와 미모를 갖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하룻밤을 묵었고, 훗날 그녀를 아내로 맞아 장화왕후로 책봉했다.

이기병 씨는 “그날 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남긴 증표가 세월이 흘러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부자 관계를 증명하는 유일한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왕건은 신하였던 박술희 장군에게 노란 용포를 전함으로써 말없이 뜻을 전했고, 이 인연으로 태어난 아들이 바로 고려 2대 왕 혜종이다.

‘고려사’ 후비열전에 따르면 왕건의 부인 29명 중 나주 출신은 장화왕후 한 명뿐이었다. 세력이 미미했던 나주 출신 오씨의 아들이 왕위를 이을 수 있었던 데는 박술희 장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주 지역에 구전으로 전해진다. 적장자를 세우려는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박술희가 혜종을 다음 왕으로 추천했고, 그 결과 혜종이 왕위에 오르게 됐다.

현재 완사천 주변은 나주시청이 옮겨오면서 화강암 석재와 버드나무, 작은 공원으로 조성돼 역사 도보 코스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다음은 나주 완사천의 역사적 가치와 고려 왕실의 인연에 대해 이기병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왕건과 장화왕후 오씨가 만난 완사천의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A. 900년대 초 태봉국 궁예의 장군이었던 왕건이 후백제의 배후를 흔들기 위해 영산강 뱃길을 따라 나주에 내려왔다. 당시 나주 호족이었던 오다련의 딸을 샘가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목마른 왕건에게 버들잎을 띄운 물 한 그릇을 건넨 인연이 고려 왕실의 대를 잇는 출발점이 됐다.

Q. 버들잎을 띄워 물을 건넨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A. 단순한 친절을 넘어 상대를 살필 줄 아는 지혜였다. 급하게 물을 마시다 탈이 날까 염려한 배려였으며, 왕건은 여인의 총명함과 미모에 끌려 하룻밤을 묵고 증표를 남긴 뒤 아내로 맞이했다.

Q. 세력이 약했던 나주 호족의 출신 아들(혜종)이 어떻게 고려 2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나?

A. 왕건의 부인들 중 나주 출신은 장화왕후가 유일했고 세력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하지만 왕건과 미리 뜻이 통해 있었던 핵심 신하 박술희 장군이 나서서 혜종을 다음 왕으로 추천했고, 그 결과 2대 왕으로 즉위할 수 있었다.

Q. 오늘날 완사천이 지니는 지역적 의미는 무엇인가?

A. 나주시청 앞 완사천은 단순한 옹달샘을 넘어 나주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증거다. 왕건과 장화왕후의 동상 및 유적비가 함께 조성되어 있어 나주를 찾는 이들이 즐겨 걷는 역사 도보 코스의 뜻깊은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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