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마리. 솜을 길게 말아 물레질에 필요한 고치를 만드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전라남도 나주에 전해 내려오는 ‘나주의 샛골나이’는 목화에서 실을 뽑아 베틀로 무명을 짜기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통 직조 기술이다.

‘샛골나이’란 나주 샛골 지역에서 무명을 짜던 직녀들, 또는 그들이 이어온 무명 짜기 기술을 통칭하는 말로, 오랜 세월 나주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해 온 소중한 국가무형유산이다. 한 송이 목화가 사람의 손을 거쳐 실이 되고, 다시 촘촘한 무명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 문화, 그리고 묵묵한 노동의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나주의 무명은 예로부터 곱고 촘촘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나주에서 짠 무명은 ‘나주 세목’ 또는 ‘샛골목’이라 불리며 품질을 인정받았고, 조선시대에는 의복의 재료를 넘어 생활필수품이자 중요한 교역품으로도 쓰였다. 특히 목화를 직접 재배하고 솜을 손질해 실을 잣고 베를 짜는 전 과정은 단순한 생산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 방식, 여성들의 손기술이 어우러진 삶의 문화 그 자체였다. 이러한 역사성과 전통성,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나주의 샛골나이’는 1969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샛골나이의 가장 큰 특징은 목화 한 송이에서 한 필의 무명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공정이 손작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작업은 늦여름 탐스럽게 익은 목화를 따는 일에서 시작된다. 수확한 목화는 볕에 잘 말린 뒤 씨앗기를 통해 목화씨를 골라내고, 활처럼 생긴 도구로 솜을 두드려 부드럽고 고르게 풀어주는 솜타기 과정을 거친다. 이어 솜을 길게 말아 고치를 만들고, 물레를 돌려 한 올 한 올 실을 뽑아내는 실잣기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은 가락에 감기고, 무명의 폭과 올 수를 정하는 무명 날기를 통해 날실이 준비된다.

이후에는 실에 풀을 먹여 정리하는 베매기를 거쳐 본격적인 무명 짜기가 이어진다. 베틀 앞에 앉은 직녀는 발과 손을 동시에 움직이며 날실과 씨실을 교차시키고, 북을 오가게 하며 촘촘하고 반듯한 무명을 짜낸다. 일정한 힘과 리듬, 오랜 경험이 더해져야만 실의 결이 고르고 아름다운 무명이 완성되기에, 샛골나이는 단순한 수공예를 넘어 오랜 숙련과 감각이 필요한 전통 기술로 평가된다. 사진으로 만나는 각각의 과정은 한 필의 무명이 만들어지기까지 담긴 시간과 정성, 그리고 사람의 손이 지닌 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주의 샛골나이는 오랜 세월 지역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지만, 산업화와 생활양식의 변화 속에서 전승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기계 직조와 대량생산 섬유가 일상화되면서 손으로 무명을 짜는 전통 방식은 빠르게 사라져 갔고, 전승 인력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보유자였던 고 노진남(1936~2017) 선생과 전승 교육사였던 고 김홍남(1941~2021) 선생이 별세한 뒤, 현재는 소수의 이수자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나주의 샛골나이’는 2023년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전통 기술의 단절을 막기 위한 보존과 전승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샛골나이는 단순히 오래된 직조 기술이 아니라, 나주의 역사와 공동체의 삶, 그리고 여성들의 손끝에서 이어져 온 생활 문화의 기억을 품은 문화유산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목화 한 송이가 실이 되고, 실이 모여 베가 되며, 그 베가 다시 사람들의 삶을 감싸는 옷감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자연과 사람, 노동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나주의 샛골나이’는 한 필의 무명 속에 나주의 시간과 정성, 그리고 전통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도투마리감기. 잣아낸 실을 도투마리에 감아 정리하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베매기. 날실에 풀을 먹이고 가지런히 정리하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바디꿰기. 날실을 바디에 한 올씩 꿰어 넣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솜타기. 목화솜을 활로 두드려 부드럽게 푸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무명짜기. 베틀에서 날실과 씨실을 엮어 무명을 짜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씨올궤기. 씨실을 정리해 베 짜기에 알맞게 준비하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잉아올끼우기. 날실을 잉아에 한 올씩 끼워 넣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물래질. 물레를 돌려 솜에서 실을 뽑아내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실서리기. 잣아낸 실을 가지런히 정리해 감아 두는 과정.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사진=국가유산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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