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안창동 영산강변에 자리한 구진포 나루터가 영산강 수운(水運)의 역사와 지역 주민들의 생활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사람과 물자가 강을 따라 오가던 나루터는 수운 기능이 쇠퇴하면서 옛 모습을 잃었지만, 지명과 주변 경관에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지역의 역사와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난 10월 21일 찾은 나주시 안창동 599-1번지와 600-2번지 일원은 구진포 나루터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오늘날의 강변 풍경만으로는 옛 나루의 활발했던 모습을 온전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곳은 영산강이 단순한 자연하천을 넘어 교통과 유통, 생업을 이어 주던 생활의 통로였음을 보여 주는 장소다.
영산강 물길 따라 이어진 교통과 유통의 역사
영산강은 전남 내륙과 서남해안을 연결하며 오랫동안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는 주요 수운로 역할을 했다. 강을 따라 형성된 포구와 나루터는 지역 간 교류를 촉진하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운반하는 교통의 거점이었다.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과거 영산강 본류에서는 하구에서 약 74㎞ 상류에 이르는 구간까지 수운이 가능했으며, 영산포를 비롯해 여러 포구와 나루터가 항로를 따라 분포했다. 구진포 역시 이러한 영산강 수운의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나루터는 단순히 강을 건너는 장소에 머물지 않았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과 물건을 싣고 내리는 상인, 강 주변에서 생업을 이어 가던 주민들이 만나며 지역의 경제와 생활문화가 형성되는 공간이었다. 강을 중심으로 마을과 시장, 포구가 연결됐다는 점에서 구진포 나루터는 영산강 유역의 지역사를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름 속에 남은 구진포의 기억
구진포라는 지명은 영산강의 굽이진 물길과 관련해 전해진다. 구부나루 또는 구비나루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옛 지명과 나루터의 존재는 이 일대가 강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된 공간이었음을 보여 준다.
나루터의 기능은 도로와 교량 등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점차 약화됐다. 배를 이용해 이동하고 물자를 운반하던 시대가 지나면서 나루터는 일상적인 교통시설에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로 바뀌었다.
그러나 나루의 기능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역사적 가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구진포 주변에는 수운과 육상교통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흔적도 있다. 옛 호남선 구진포터널이 대표적이다. ‘영강동 유래’ 자료에는 구진포 인근 산줄기 끝자락에 철도터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호남선 복선화로 노선이 북쪽으로 옮겨가면서 기존 터널이 기능을 다했다고 기록한다. 나루와 철길, 도로가 인접한 구진포 일대는 지역 교통수단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강과 음식문화가 이어 온 지역의 정체성
구진포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때 영산강의 자연환경과 음식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구진포 일대는 장어 음식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의 구진포 장어거리는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천 환경은 과거 어업과 수산물 유통, 지역 음식문화가 발달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었다. 구진포 장어 음식문화 역시 이러한 자연환경과 지역의 생활사가 맞물리며 형성된 문화자원으로 볼 수 있다.
옛 나루터와 오늘날의 음식거리는 서로 다른 시대의 풍경을 보여 주지만, 모두 영산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의 역사와 연결돼 있다. 나루터가 과거의 이동과 교류를 상징한다면, 장어 음식문화는 지역의 생업과 식생활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모습을 보여 준다.
보존을 넘어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해야
구진포 나루터를 다시 살펴보는 일은 곧 영산강의 역사와 그 물길을 따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일이다. 강은 흘러가고 시대는 변하지만, 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은 지역의 역사로 남는다. 구진포 나루터는 사라진 뱃길의 흔적을 통해 영산강과 나주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공간이다.
옛 나루의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 나주만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