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실려오는 달콤하고 향긋한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놀랍게도 바람이 실어온 그 달콤한 향기는 이팝나무 가로수에서 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순백의 하얀 이팝나무꽃들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눈을 감은 채 이팝나무꽃이 뿜어내는 향기에 취해보았습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봉인되어 있던 마음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찰나였지만, 형언할 수 없는 태고적의 신비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충만한 행복감이 온몸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 한순간의 행복을 모두와 나누기 위해, 이팝나무가 오랜 시간을 견디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태어난 향기. 아마도 이팝나무는 이런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도 이팝나무처럼 각자의 고유한 달란트로 세상에 나눔과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어떤 이는 따뜻한 미소로, 어떤 이는 도움의 손길로, 또 어떤 이는 재능이나 작은 배려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향기를 전하고 있을 것입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이팝나무를 바라보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소환되어 옵니다. 그 시절은 많은 사람들이 가난했고, 쌀밥을 마음껏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 쌀밥을 ‘이밥’이라 불렀습니다. 이팝나무에 하얗게 피어 있는 꽃들이 마치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쌀밥의 결핍을 다 채워주는 듯합니다.
오늘은 이팝나무가 뜻밖의 선물처럼 내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이팝나무가 자신의 꽃과 향기로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이듯,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되고자 마음속 깊이 결심해봅니다. 아무리 힘든 시간이 찾아와도 이팝나무처럼 묵묵히 견디며, 때가 되면 내 영혼의 꽃을 피워 세상에 나눔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합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결국 나눔과 사랑이 존재할 때 서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이팝나무의 꽃 하나가 거리 전체를 향기로 채우듯, 우리의 작은 사랑과 나눔도 우리 주변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나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이팝나무처럼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함을 배웁니다.
결국 자연도 사람도 모두 사랑이 필요함을 다시 느낍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고 사랑할 때, 이 세상은 이팝나무의 꽃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나눔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