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멈추면 강이 아니다.” 박일우 교수의 강의가 남긴 오래 기억될 한마디다. 사진=송서화
‘타오르는 강’에서 타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물과 불이 한 제목에 함께 있다. 흐르는 영산강 위에 시대의 아픔과 민중의 삶, 저항과 열망이 타오른다. 강은 흐르고, 역사는 타오르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타오르는 강』은 영산강의 물길을 따라 민중의 삶과 역사의 불꽃을 담아낸 이야기다. 사진=송서화

박일우(광주대학교 AI앙트십대학장) 소설가는 영산강 문학이 지역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하는 핵심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학작품을 현재의 시각에서 다시 읽고 새로운 이야기로 발굴해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일우 교수는 지난 22일 빛가람복합문화체육센터 세미나2실에서 열린 ‘2026 타오르는 강 문화관광 아카데미’ 5회차 강연에서 ‘지역브랜드로서의 문학공간 연구-나주와 오유권의 『방앗골 혁명』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박일우 교수의 강연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Q. 이번 강연에서 문학 공간과 지역 브랜드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했나?

A. 공간은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공동체의 의미가 쌓여 장소가 될 때 의미를 갖는다. 지도 위의 좌표에 불과했던 공간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영산강은 단순한 지리적 선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문화권이며, 사람에 따라 농사의 강, 두려움의 강, 기억의 장소 등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옛일을 불러내는 작업이 소설이다. 문순태의 『타오르는 강』을 읽는다는 것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시에 영산강 유역의 근대를 통과하는 일이다. 나주 출신 소설가 오유권(1928~1999)의 『방앗골 혁명』(1962년 출간)이나 문순태의 작품처럼 문학은 역사 속에서 기록되지 못했던 민중의 삶과 목소리를 드러내며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와 기억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Q. 영산강 유역의 역사적 흐름과 문학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A. 1886년 노비 세습제 폐지, 1894년 동학농민전쟁, 1897년 목포 개항, 1919년 3·1운동, 1920~1923년 궁삼면과 암태도 소작쟁의 등 신분제와 토지 문제, 농민과 민중의 저항이 이어진 역사적 흐름이 존재한다. 일제강점기 토지 측량과 구획 등 제도적 정비가 토지 지배와 연결됐고,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에는 저항의 주체가 농민·민중·학생 등으로 변화했다.

역사는 기록이고 문학은 기억이다. 박화성, 오유권, 이상문, 문순태 등 영산강을 작품 속에 담아낸 작가들에게는 저마다의 영산강이 있다. 같은 지역을 바라보더라도 작가가 살아온 시대와 경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영산강 문학은 영산강 유역의 생활문화권에서 축적된 역사적 경험과 공동체의 기억, 삶의 감정구조와 장소체험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서사의 총체다.

Q. 영산강 문학이 지닌 미래 가치와 나주의 과제는 무엇인가?

A. 영산강 문학의 미래 가치는 기억의 보존과 연결, 새로운 이야기의 발굴에 있다. 한 지역의 이야기가 사라지면 그곳은 지도에 이름만 남은 공간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역사와 문학을 현재의 이야기로 연결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확장하며 나주만의 지역 정체성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다. ‘타오르는 강’이라는 제목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영산강과 역사 속에서 이어져 온 민중의 삶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시대가 달라지면 같은 작품에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하므로 현재의 시각에서 다시 읽는 과정이 중요하며, 한 세대가 이야기하고 다음 세대가 다시 이야기할 때 지역의 기억도 살아남는다. 강은 멈추면 강이 아니다.

“‘타오로는 강’은 영산강 문학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입구다.” 사진=송서화
4대 작가, 4개의 영산강 — 같은 강, 다른 시선, 그리고 서로 다른 이야기. 사진=송서화
나주의 역사도 천일야화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다. 한 세대가 들려주고, 다음 세대가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다. 사진=송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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