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루 북 두드림'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나주 정수루 누각에 올라 가족의 행복과 저마다의 순수한 소망을 담아 힘차게 북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김동애
‘정수루 북 두드림’ 행사에 선정된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사연을 낭독하고 북을 두드리기 위해 나주 정수루 2층 누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동애

나주 도심 한복판, 조선 중기인 1603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정수루(正綏樓)가 지난 주말 아주 특별한 소리들로 채워졌다. 예로부터 백성의 억울함을 듣고 시간을 알리던 관아의 문루가, 이번에는 평범한 이웃들의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품는 소통의 마당으로 변모한 것.

제6회 천년 나주목 읍성문화축제 기간 중 나주시와 나주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나주시지회와 나주읍성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후원한 ‘정수루 북 두드림’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사실 이번 취재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기자 역시 사연을 보내 참여자로 당첨돼, 취재와 동시에 직접 누각에 올랐다. 북채를 쥐기 전, 먼저 마이크 앞에 섰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선들이 일제히 쏠렸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품을 떠난 딸아이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란다는 말을 꺼내는데, 목소리가 괜히 떨렸다.

사연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북채를 들었다. 첫 번째 북소리에는 딸아이의 행복을, 두 번째에는 온 가족의 건강을, 마지막 세 번째에는 “나주시민 모두가 늘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실었다. 북소리는 가슴속으로 잔잔하게 울려 퍼졌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400년 역사의 현장에 서서 북을 두드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동이었다. 광장의 관람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그 여운은 둘째 날에도 이어졌다. 이날은 세 가족이 차례로 누각에 올라 저마다의 사연을 마이크에 담고 힘차게 북을 울렸다.

그 가운데 멀리 목포에서 찾아온 초등학교 4·5학년 남매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고사리손으로 북채를 쥔 아이들의 첫 번째 소원은 “온 가족이 다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나중에 커서 꼭 부자가 되게 해달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 순수한 욕심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긴장 가득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른들은 웃음과 위로를 동시에 얻었다.

400여 년 전 나주 목사 우복룡이 이 누각을 세울 때도 어쩌면 이런 풍경을 꿈꾸지 않았을까.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정수루의 본래 가치가, 오늘날 시민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축제 모델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행사를 마친 나주문화재단 관계자는 “내년에는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스토리로 더 많은 이들과 행복을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정수루는 사흘 동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제 역할을 되찾았다. 딸의 행복을 빈 어머니의 목소리, 부자가 되고 싶다던 아이의 눈빛, 이웃의 평화를 소원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을 받아 안으면서. 북은 두드려야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소리는, 두드린 사람 가슴에 가장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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