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딸아이에게 보내는 당부.

마흔을 앞둔 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기쁨보다 먼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더구나.
요즘이야 결혼이 늦는 게 대수롭지 않은 세상이라지만, 내가 직접 이 길을 걸어보니 혼자 눈비를 맞는 삶보다 둘이 우산 하나를 나눠 쓰는 삶이 훨씬 든든하고 따스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란다.

부모로서 네 곁에 기댈 어깨가 생겼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그 나이에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 그 용기가 참으로 대견하고 고맙구나.

온 세상이 연초록으로 물드는 4월, 고운 햇살 아래 철쭉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던 그날은 자연조차 너희의 새 출발을 축복하는 것만 같았단다.

너희 둘은 같은 제복을 입은 부부지. 위험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일을 하는 너희가 엄마는 참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늘 마음 한쪽이 짠하단다. 현장의 긴장감이 집 안까지 이어질까 봐 말이다. 서로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 현관문을 여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으렴. 밖에서는 강인한 사람일지라도, 안에서는 서로의 등을 가만히 쓸어줄 수 있는 따스한 안식처가 되어주길 바란다.

사위야, 우리 딸 곁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서 있어 줘서 고맙다. 제복 속엔 여전히 여린 마음을 품은 아이니, 그 마음을 가만히 읽어주는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렴.

결혼은 현실이기에 때로는 녹록지 않겠지. 하지만 엄마도 살아보니, 아무리 오래된 사이라도 서로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더구나. 사랑한다고 해서 늘 같은 방향만 바라볼 필요는 없단다.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나답게’ 살아갈 때,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비로소 빛나는 법이지.

딸아, 바쁜 일상에 접어두었던 피아노 건반 앞에 가끔은 앉아 보렴. 엄마가 붓을 잡고 글을 쓰며 나를 지켜내듯, 너도 너만의 선율로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길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꼭 붙들고 사는 것, 그게 결국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탱하는 힘이 되더구나.

나의 40년 결혼생활을 돌아본다. 우리도 처음엔 모든 게 서툴렀지. 얘들아, 누구나 처음 살아본 인생이 완벽할 수는 없단다. 너무 잘하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렴. 엄마도 여전히 너희와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까.

색도 모양도 다른 두 컵이 나란히 놓여 같은 온기를 품듯, 너희도 서로의 다름을 넉넉히 안으며 그 안에 사랑이 깊이 깃들기를 바란다.

철쭉이 피던 그날처럼, 너희의 모든 계절이 늘 봄날처럼 포근하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