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분을 없애고 평장묘로 조성한 가족묘지. 사진=정민섭
평장묘 조성 과정. 사진=정민섭

전통적인 봉분묘가 줄어들고 낮은 표석 형태의 ‘평장묘’가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 이용 효율성과 관리 편의성, 친환경 가치관이 맞물리면서 장묘 문화 전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평장묘는 화장한 유골을 땅속에 안치한 뒤 봉분 대신 작은 표석을 평평하게 설치하는 형태의 묘지다. 기존 봉분묘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높고 벌초나 봉분 보수 등 관리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봉분묘 1기 규모 공간에 평장묘는 6~10기까지 안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풍수지리상 명당에 큰 봉분과 석물을 조성하는 것이 효와 가문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실용성과 관리 편의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후손의 묘지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자녀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인식이 평장묘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부모 봉분묘를 없애고 평장묘를 조성하고 있는 정모 어르신(93, 전남 장흥군)은 “산속 깊은 곳에 모신 부모님 묘소 찾는 길이 험하고, 벌초나 성묘하기가 힘들어 이장해서 평장묘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며 자식들에게 짐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평장묘는 수목장·잔디장과 함께 대표적인 자연장 형태로도 분류된다. 일부 시설에서는 생분해성 유골함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면서 자연 친화적 장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들도 공설묘지를 평장 방식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장례 수요 변화에 대응해 봉분형 묘역 대신 자연장지와 평장 구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장묘 제도 역시 변화해 왔다. 2001년 개정된 장묘법에 따라 개인묘지 면적은 기존 최대 24평에서 9평(30㎡)으로, 집단묘지는 9평에서 3평(10㎡)으로 축소됐다. 합장 묘지는 최대 4.5평까지 허용된다.

묘지 사용 기간도 영구 사용에서 최대 60년으로 제한됐다. 법은 기본 사용 기간을 15년으로 하되 신고를 통해 세 차례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에는 화장이나 납골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