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걷는 길. 고분군에서 박묵관까지 발걸음마다 역사가 묻어난다. 사진=정웅남
“고분 사이로 흐르는 시간” 초록빛 잔디가 내려앉은 반남 고분군 사이로 정갈하게 뻗은 산책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거 마한의 영광이 잠든 거대 능선들 사이로 거닐다 보면, 바쁜 현대의 소음은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자연과 역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지역민들에게는 쉼터를,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사진=정웅남
국립나주박물관과 고분군 사이로 그림같은 산책로가 나있고, 박물관 옆 푸른 잔디위에는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산책을 나서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있다. 사진 정웅남

나주시 반남면에 위치한 국립나주박물관과 반남 고분군 산책로는 고대 마한의 찬란한 숨결과 자연의 평온함이 맞닿은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유적을 관람하는 장소를 넘어, 거대한 고분들이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과 그 주변을 감싸는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직접 발로 디딜 수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방문객을 매료시키는 것은 고분군 사이를 굽이굽이 잇는 평탄한 산책 코스입니다. 가파른 오르막 없이 완만한 평지로 이루어진 샛길은 보행 중 무릎 꺾임 걱정을 덜어주며, 길목마다 융단처럼 깔린 천연 잔디와 부드러운 흙길은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합니다. 이처럼 무릎 건강을 배려한 푹신한 보행 질감 덕분에 지팡이 없이도 고대의 능선 사이를 유유자적 거닐며 역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탐방의 즐거움은 국립나주박물관 실내 전시실에서 시작됩니다. 쾌적한 실내 공간에서 국보 금동관의 정교한 세공미와 대형 옹관묘의 웅장한 미학을 먼저 눈에 담은 뒤, 박물관 마당을 거쳐 신촌리 9호분과 덕산리 고분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선은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감동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경로입니다. 특히 산책로 주변을 가로막는 장애물 없이 탁 트인 시야 너머로 나주의 영산인 자미산의 수려한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조망은 일상의 답답함을 씻어주는 이 코스만의 특별한 선물입니다.

고분군 주변의 풍경은 사계절 내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변모하며 탐방객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여름이면 거대한 고분 전체를 감싸듯 드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가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며, 가을이 깊어지면 고즈넉한 능선을 배경으로 분홍빛 핑크뮬리와 은빛 억새,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깊어가는 계절의 정취를 선사합니다. 겨울이면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고분군이 시간이 멈춘 듯 장엄하고 숭고한 설경을 연출해 방문객들의 사색을 깊게 만듭니다.

산책로 중간중간 자리 잡은 전통 정자와 쉼터는 이러한 경관을 감상하며 쉬어가기에 가장 좋은 명당입니다. 정자에 앉아 가만히 숨을 고르면 투박하면서도 정교한 고대인들의 예술 감각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정서적 안정을 선사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길이 평평하고 흙이 푹신해 산책이 즐겁고, 정자에 앉아 자미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나주시는 앞으로도 반남 고분군 산책로와 주변 경관을 정교하게 관리하여, 시니어 세대가 천년의 세월 속에서 가장 안전하고 품격 있는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