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오전, 따사로운 봄 햇살이 창가를 따라 길게 드리운 작은도서관 안. 책장 사이를 오가며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책을 정리하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곳은 나주시 빛가람동 LH 5단지 아파트 내 ‘지혜마루 작은도서관’. 단순한 도서 공간을 넘어,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삶의 활력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나주시니어클럽(관장 김선영)이 운영하는 ‘도서관지원사업단’은 지역 도서관 이용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돕는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현재 57명의 참여자가 작은도서관 14개소를 비롯해 관내 초·중학교 도서관 등 총 18개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곳당 평균 2~3명의 어르신이 배치되어 월 30시간 공익활동 형태로 참여한다.
‘지혜마루 작은도서관’은 그중에서도 공동체 기능이 돋보이는 곳이다. 이곳에는 4명의 사업단 참여 어르신이 2인 1조로 나뉘어 주간 단위로 교대 근무를 한다. 평일 오전, 도서관 문을 여는 순간부터 이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먼저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도서관 곳곳을 깨끗이 정리한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 청소가 끝나면, 반납된 책들을 제자리에 꽂고 흐트러진 장서를 정돈한다. 어린이 도서관과 일반 도서관으로 나뉜 공간은 정리정돈이 생명이다. 책 한 권의 위치가 어긋나도 이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 동안 이곳은 조용한 독서 공간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펼치고, 어른들은 신문이나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가 되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체조 교실, 노래교실 등 입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도서관은 생활문화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 모든 흐름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도서관지원사업단이다.
이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심정희 팀장은 “집에서 가까워 출퇴근이 편한 데다, 한 주 오전 근무 후 다음 주는 쉬는 방식이라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좋다”며 “무엇보다 깨끗하고 안정된 공간에서 책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함께 근무하는 임춘제 어르신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노인복지관에서 구연동화 일자리를 5년간 했지만 도서관 지원 일자리는 처음이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역할’과 ‘존재감’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혜마루 작은도서관이 위치한 LH 5단지 아파트는 총 874세대 규모로, 이 중 약 40%가 독거노인으로 구성돼 있다. 고령화 비율이 높은 만큼 지역 내 돌봄과 복지 기능이 중요한 곳이다. 이 아파트는 현재 나주시 치매안심마을 5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작은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 2016년 어린이 도서관으로 시작해 이후 일반 도서관으로 확대됐으며, 2025년부터는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본격 배치되면서 운영의 안정성과 활력이 한층 강화됐다.
이 아파트 최미진 관리소장은 “작은도서관은 입주민 복지 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도서관 운영이 더욱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곳은 2021년부터 빛가람동사회보장협의체가 운영하는 ‘공유냉장고 1호점’과 함께 운영되며, 나눔과 돌봄이 결합된 복합 복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책과 사람, 그리고 세대가 어우러지는 공간. 나주시니어클럽 도서관지원사업단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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