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작가의 제90회 개인전이 나주 송림아트센터 나주 미술관에서 열려 많은 관람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사진=송림아트센터
금보성 작가가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제90회 개인전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송림아트센터
금보성 작가의 제90회 개인전 개막식이 열린 나주 송림아트센터 앞에서 참석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송림아트센터
금보성 작가의 제90회 개인전 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송림아트센터 
금보성 작가의 제 90회 개인전 전시전경. 가로 27m에 달하는 대형 작품으로 한글을 색채와 조형으로 재해석했으며, 작가는 “한글은 문자 이전의 기호이며, 회화는 언어 이전의 감응이다. 한글은 21세기 산업의 반도체와 같은 문화 동력이다”라는 작품 철학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안행자
나주 송림아트센터 전경. 외벽에는 금보성 작가의 제 90회 개인전 ‘HANGEUL:THEUNROOTED LANGUAGE’ 를 비롯해 강희주 초대전’ 아버지의 삶’, 나주 드로잉 공모전 등의 홍보 배너가 나란히 걸려 있어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안행자

화가 금보성(66)의 90회 개인전이 전라남도 나주 송림아트센터와 나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금보성의 대형 한글회화와 조형물, 그리고 강희주 작가의 설치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공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지역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송림아트센터는 본래 농협 창고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대도시의 세련된 미술관이 아니라 주변에 농촌 마을과 들판, 주민들의 일상이 그대로 이어지는 곳이다. 작품의 창작 과정 또한 주민들에게 공개된 채로 진행됐으며, 산포면 주민들은 전시에 참여한 이들에게 집밥 같은 밥상을 직접 대접하며 힘을 보탰다. 예술이 닫힌 전시장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삶과 함께 완성된 셈이다.

금보성의 작업은 흔히 ‘한글회화’로 불리지만, 문자를 그림으로 옮기는 단순한 문자회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는 한글을 언어 이전의 철학적 기호이자 하나의 문명 구조로 바라본다. 훈민정음의 천(天)·지(地)·인(人)에서 출발한 자음과 모음은 그의 화면 안에서 색면과 구조, 공간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문자의 의미는 사라지고 형태가 지닌 에너지와 구조만이 화면에 남는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길이 27m에 이르는 대작 ‘대한민국’이다. 이 작품은 벽면을 장식하는 대형 회화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건축적 공간을 형성한다. 화면은 벽이 아니라 풍경이 되며, 관객은 그 앞을 걸으며 작품 속에 자신의 몸을 위치시키게 된다. 멀리서 보면 광활한 우주를 연상시키고, 가까이 다가서면 대지의 결이 드러나며, 다시 시선을 옮기면 한글 자음의 생성 원리와 천지인의 철학이 하나의 질서로 연결된다.

금보성의 색면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다. 한글의 구조를 해체하면서도 한국의 색동과 조각보, 인견이라는 재료, 그리고 현대적 기하학을 동시에 품는다. 이를 통해 화면은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인 조형 언어를 획득하며, 문자와 회화 사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금보성의 테트라포트 조형이다. 테트라포트는 원래 파도를 막기 위해 제작된 토목 구조물로, 기능만 존재할 뿐 아름다움을 전제로 만들어진 형태가 아니다. 그러나 금보성은 이 구조물을 예술의 언어로 전환시켰다. 노랑과 빨강, 초록과 보라로 채색된 거대한 테트라포트는 본래의 기능을 잃는 대신 새로운 상징을 얻었다. 바다를 막던 구조물이 이제는 사람을 맞이하는 조형물이 되고, 산업의 언어가 문화의 언어로 바뀐 것이다.

송림아트센터 야외에 설치된 대형 테트라포트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건물과 조형물이 하나의 풍경을 이루면서, 관람객은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예술적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강희주 작가의 설치작품은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 기억은 개인적 감상의 기록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아버지의 삶과 가족의 역사, 숲과 자연, 시간의 흔적은 그의 설치 안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형성되며,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작업에서 숲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세월을 품은 생명이자 치유의 장소, 공동체를 연결하는 은유로 다뤄진다.

금보성의 회화가 실내 공간을 문명의 풍경으로 바꾸고, 강희주의 설치가 기억과 시간을 공간 안에 쌓아 올리며, 금보성의 테트라포트가 야외 풍경까지 예술의 영역으로 넓히면서, 이번 전시는 회화전도 설치전도 조각전도 아닌,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작동하는 환경예술(Environment Art)의 성격을 띠게 됐다. 관객은 야외에서 조형을 만나고, 실내에서 초대형 회화를 경험하며, 설치를 통과하면서 기억과 자연을 함께 체험한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 국제 비엔날레가 중요하게 다루는 지역성(Locality)과 공동체성(Community)의 실천 사례로 꼽힌다. 도시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예술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나주 프로젝트 역시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과도한 연출과 화려한 장치, 디지털 효과와 상업적 장식을 걷어낸 채 오직 작품 자체의 힘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이른바 ‘유기농 전시’로도 평가받는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거대한 작품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압도된다”, “말을 잃었다”, “감동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는 작품의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거대한 화면 속에 담긴 철학과 시간, 작가의 사유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금보성은 1966년 전라남도 여수 출생으로, 40년간 한글회화를 연구하며 한국의 문자와 기호를 현대미술의 조형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문자회화, 색면회화, 구성주의, 추상회화를 융합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대한민국’, ‘한글’, ‘뿌리내리지 않은 언어’ 연작을 통해 언어 이전의 감응과 기호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헤필드대학교 총장, 서울 서대문구 문화원장, 백석대 교수,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예술가신문 대표, 코리아아트페어 대표, 서울 한강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개인비엔날레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나주 전시는 서승석 박사(프랑스), 이정실 박사(미국), 김민정 학예사(우제길미술관), 한명일(전 제일기획), 강민진(조선대학교 시각문화큐레이터 3학년)의 공동 기획으로 완성됐다. 산포면 주민들은 전시 준비와 참여자들을 위해 집밥 같은 밥상을 대접하며 지역 공동체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시의 취지를 더욱 빛냈다.

한편 금보성 작가의 나주 전시 관련 영상은 유튜브 ‘나주야, 나주아’ 채널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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