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학 연구 학술대회에서 광주대 김덕진 교수가 역서일기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성균

나주시가 5월 20일 나빌레라문화센터 소극장에서 ‘20세기 전반 토지·돈·사람의 연결망’을 주제로 나주학 연구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나주지역 대표 국가민속문화유산인 남파고택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근대 전환기 나주의 사회·경제 구조와 생활상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정임 나주시 관광문화녹지국장 및 남파고택 당주 박경준 선생을 비롯해 김덕진 광주교육대 교수, 김은영 광주교육대 강사, 선영란 나주시 학예연구사, 손병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박종오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교수, 김가연 국립무형유산원 연구사 등 학계와 문화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학술대회는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에서는 ▲김덕진 광주교육대 교수의 ‘남파고택 소장 역서일기의 현황과 가치’ ▲선영란 나주시 학예연구사의 ‘남파고택 소장 장례문서의 현황과 내용’ ▲김은영 광주교육대 강사의 ‘남파고택 소장 추수기와 토지경영’ 발표가 이어졌다.

조정임 나주시 관광문화녹지국장은 개회사를 통해 “나주는 전라도의 탄생지이자 유서 깊은 역사문화도시”라며 “나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호남 최초로 지역학 진흥 조례를 제정하고 나주학 연구를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파고택의 방대한 자료는 20세기 전후 나주 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며 “오늘 학술대회를 통해 보다 많은 연구자와 시민들이 나주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김덕진 교수는 남파고택에서 발견된 ‘역서일기’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남파고택에는 1833년부터 1883년까지 약 50년에 걸친 역서일기가 남아 있으며, 현재 확인된 자료만 35년 분량에 달한다. 그는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역서일기가 남아 있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역서일기에는 당시 나주 읍내장의 곡물 시세와 세금, 날씨, 농사 상황, 나주목사의 동향, 중앙 정치 소식, 지역민들의 생활상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지역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자료는 단순한 개인 일기를 넘어 당시 나주 지역사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며 “향후 체계적인 정리와 정서 작업,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표에서는 1862년 임술농민항쟁 당시 나주 지역 상황이 역서일기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는 점도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김 교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나주 지역 농민항쟁의 구체적 정황과 민중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역서일기를 작성한 인물에 대해서는 나주목의 세무 업무를 담당했던 향리 박윤의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주제발표 후 열린 종합토론에는 손병규 성균관대 교수, 박종오 전남대 교수, 김가연 국립무형유산원 연구사 등이 참여해 남파고택 자료의 학술적 활용 방안과 지역사 연구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남파고택이 보유한 방대한 역사자료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근대 전환기 나주의 사회·경제 구조와 생활상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