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을 건너온 따스한 밥상, 마한의 생활 토기들 국립나주박물관 전시실에 진열된 이 소박한 토기들은, 거대한 고분과 화려한 옹관의 그늘 뒤편에서 비옥한 나주평야를 일구며 진솔한 삶을 살아갔던 평범한 마한 사람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화려함 대신 실용과 미학을 담아낸 이 토기 그릇들 속에는,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경제를 일구며 영산강변에서 꽃피웠던 마한인들의 다정하고 정겨운 삶의 온기가 깊게 스며 있습니다. 사진=정웅남(국립나주박물관 전시관)
천년의 흙을 빚어 담아낸 일상의 온도, 마한의 생활 토기들. 국립나주박물관 전시실에 정갈하게 수장·진열된 이 토기들은 거대한 고분과 화려한 위세품의 그늘 아래 가려져 있던 마한 백성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비옥한 영산강 유역의 풍요로운 대지를 일구며 살아가던 평범한 마한인들의 밥상과 손때 묻은 삶의 자취가, 은은한 회청색과 붉은빛의 단단한 그릇 속에 따스한 온기로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진=정웅남(국립나주박물관 전시관)

영산강 유역 마한 사회의 비옥한 농경 생산력과 철기 문화가 빚어낸 독창적 일상 밥상 문화

​화려한 옹관·금동관의 그늘 뒤편에서 삶의 온기를 지탱했던 실용적 생활 토기의 고고학적 가치

우리가 흔히 마한의 역사 영토를 마주할 때 시선은 자연스럽게 영산강 대지를 수놓은 거대한 대형 고분군과 그 내부에서 출토되는 눈부신 금동관, 화려한 장신구, 그리고 위엄 넘치는 대형 독널(옹관)을 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배층의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위세품의 세계 뒤편에는, 매일 아침 뜨거운 햇살 아래 비옥한 나주평야를 일구며 소박하고 진솔한 삶을 영위했던 평범한 마한 사람들의 진짜 ‘일상’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역사책의 행간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따스한 삶의 온기는, 오늘날 유적지 생활 유적과 마을 터 곳곳에서 출토되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생활 토기’들을 통해 비로소 생생한 숨결로 되살아난다.

실용성과 미학의 조화, 천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한의 밥상

​고고학에서 토기는 당대인들의 식생활 문화, 조리 기술, 나아가 사회 경제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거울로 통한다. 영산강 유역의 마한 유적에서 출토되는 일상용 토기들은 삼국시대의 정형화되고 다소 권위적인 토기들과는 결이 다른 독창적인 미학을 품고 있다.

​이 시기의 생활 토기들은 주로 붉은색을 띠는 연질 토기나 불에 잘 구워져 단단함을 자랑하는 회청색 경질 토기로 분류된다. 밥을 짓고 국을 데우며 곡물을 저장하던 일상용기들은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어 군더더기 없이 실용적이면서도, 인간의 손끝에서 빚어진 자연스러운 곡선의 미려함을 잃지 않았다. 바닥이 둥글거나 납작한 항아리, 음식을 담던 접시와 바리(발) 형태의 그릇들은 고대 장인들이 물레와 손을 바쁘게 움직여 빚어낸 생활의 예술품이었다. 비옥한 평야에서 거둬들인 쌀과 잡곡, 영산강 풍부한 수자원이 빚어낸 해산물과 어류가 이 소박한 토기 그릇들에 담겨 마한 가족들의 따뜻한 식탁을 채웠던 것이다.

철기 혁신과 풍요로운 경제력이 낳은 안정된 정주 생활

​토기의 보편화와 발전은 단순히 그릇의 대중화를 넘어 당시 마한 사회의 고도화된 경제 구조를 방증한다. 마한은 선진적인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농경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으며, 이는 곧 잉여 생산물의 축적과 풍요로운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졌다. 철제 보습과 괭이로 일구어낸 광활한 들판은 계절을 불문하고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했고, 이는 곧 체계적인 마을 공동체와 정주 생활의 확립을 불러왔다.

​마을 인근의 가마터에서 집단으로 구워져 나온 수많은 생활 토기들은 각 가정의 부엌과 창고 구석구석을 채웠을 뿐만 아니라, 영산강 수로를 이용한 활발한 역내 교역망을 통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토기의 고르게 퍼진 소성(燒成) 상태와 규격화된 형태는 마한 사회가 단순한 부족 연맹 단계를 넘어,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과 세련된 경제력을 갖춘 고도화된 사회였음을 명백히 증언한다.

​[기자 수첩]

​거대한 고분과 화려한 출토 유물이 마한 지배층의 ‘하늘을 향한 권력과 위엄’을 대변한다면, 이름 없는 마한인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 토기 조각은 그 거대한 권력의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 민중의 대지 위에 박혀 있었는지를 묵묵히 증명한다. 기름진 대지와 강물이 주는 풍요 속에서, 비록 거칠지만 정성스레 빚은 그릇에 가족의 식량을 나누던 천년 전 마한 사람들의 따스한 일상. 그 소박한 밥상의 온기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위대한 마한의 역사도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제23부에서 막을 올린 [마한인들의 따뜻한 일상과 풍요로운 경제력]이라는 거대한 대주제 속에서, 차가운 유물 너머로 다정하게 살아 숨 쉬는 마한인들의 풍성한 삶의 이야기를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계속해서 깊고 넓게 더듬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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