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제21부의 역사적 탐구심을 자극하는 이 자료 책자 촬영 사진은, 학술적 핵심 질문인 ‘금동관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영산강 유역 최상위 지배자가 착용했던 금동관의 웅장한 자태와 정교한 세공 기술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수천 년 전 미지의 패자가 남긴 이 찬란한 보물의 자태를 통해, 당시 마한 사회가 구축했던 강력한 영적·정치적 권위와 고도로 발달한 금속 공예 역량을 독자들이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학술적 시각 자료이다. 사진=정웅남(국립나주박물관제공 자료책자)
권위와 영광의 상징, 마한의 관꾸미기와 허리띠꾸미기. 국립나주박물관 자료 책자에 수록된 이 유물들은 영산강 유역 고대 마한 최고 지배층의 위엄과 신분을 상징하는 화려한 장식들입니다. 정교한 세공 기술로 빚어진 금동관 장식과 허리띠꾸미기는 당시 독립된 해양 왕국으로 번영을 누렸던 마한의 찬란한 문화적 역량과 세련된 미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사진=정웅남(국립나주박물관제공 자료책자)
마한 지배자의 위엄을 두르다, 허리띠 꾸미기.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자료 책자에 실린 이 유물은 영산강 유역 마한 최고 지배층의 화려한 복식 문화를 보여주는 허리띠 꾸미기 장식입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금속 공예 기법으로 제작되어, 당시 독자적인 해양 문화와 세련된 미의식을 누렸던 마한 권력자들의 높은 위상과 품격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사진=정웅남(국립나주박물관제공 자료책자)

​빛나는 은빛 관정식과 정교한 허리띠고리, 영산강 유역 마한 사회의 지배 질서와 신분제 증명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선 정치적 위계와 관등체계(官等體系)의 고고학적 실체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에 버금가는 반남 세력만의 독자적인 사회 조직력

​벼가 익어가는 너른 나주평야와 영산강의 물결이 감싸 안은 반남의 대지 속 고분군들은 단순한 무덤을 넘어 고대 마한 사회의 정교한 정치 구조를 증명하는 거대한 역사 기록고이다. 지금까지 본지가 다뤄온 화려한 금동관과 목걸이, 엄숙한 무기와 마구류, 그리고 장엄한 옹관에 이어, 대기획 연재 제21부에서 집중 조명할 주제는 바로 ‘은빛 관정식과 허리띠고리 유물로 나타나는 고대 반남의 관등체계’다.

​본지가 이어온 대기획 연재 중 대주제 [국보 금동관과 지배층의 찬란한 보물들]의 아홉 번째 순서인 이번 회차에서는, 지배층의 머리와 허리를 장식했던 은제 관정식과 허리띠고리를 통해 당대 마한 사회가 지녔던 고도화된 정치적 위계질서와 사회 조직력의 실체를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파헤친다.

​머리끝에서 허리까지, 지배자의 신분을 증명하는 상징의 정점

고대 사회에서 국가의 기틀이 다져지고 지배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지배층 내부의 신분과 계급을 나누는 엄격한 규범과 표식은 필수 불가결했다. 영산강 유역의 거대한 고분군에서 출토되는 **은제 관정식(모자나 관에 꽂아 신분을 나타내던 장식)**과 화려한 금속제 **허리띠고리(요대구)**는 바로 이러한 정치적 위계질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고고학적 물증이다.

​왕이나 최고 지배자가 착용하던 금동관이 영적 권위와 수장의 최고 지위를 상징했다면, 은빛을 영롱하게 뿜어내는 관정식과 정교하게 세공된 허리띠고리는 그를 보좌하던 핵심 관료들과 지배 계층 내부의

세부적인 신분 등급, 즉 관등체계(官等體系)를 가늠케 하는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다.

​독자적 관등체계에 스며든 반남 세력의 고도화된 정치 조직력

​백제나 신라 같은 중앙집권적 고대 국가들이 율령을 통해 엄격한 관등 제도를 정비했듯이, 영산강 유역의 마한 반남 세력 역시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독자적이고 체계적인 신분 질서를 구축하고 있었다.

​은판을 오려내어 섬세하게 문양을 새긴 관정식과, 허리를 단단히 여미며 지배자의 위엄을 과시하던 허리띠고리의 세공 기술은 단순한 사치품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이는 당대 반남 왕국이 고도의 행정적·정치적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각 계급에 따른 철저한 역할 분담과 지배 질서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명백히 증명해 준다. 중앙의 일방적인 흡수가 아니라, 당당한 독자적 체계를 지닌 고대 정치체(Polity)로서의 진면모가 바로 이 작은 은빛 장식들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유물이 건네는 메시지, 역사의 수면 아래 빛나는 마한의 자존심

​지하의 어두운 무덤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낸 은빛 관정식과 허리띠고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고대 마한인들이 단순히 무력이나 농업 생산력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세련된 정치·법제적 질서를 갖춘 문명사회였음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백제의 거센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영산강 유역의 지배층은 자신들만의 긍지와 관등 질서를 지키며 왕국의 품격을 끝내 유지해 나갔다.

​오늘날 국립나주박물관 전시실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이 작은 장신구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수천 년 전 반남의 대지 위에서 엄숙한 법도와 질서로 백성을 이끌었던 마한 지배자들의 당당한 발자취와 마주하게 된다.

​[기자 수첩]

​박물관 유리 쇼케이스 너머로 차갑지만 영롱한 은빛을 발하는 관정식과 허리띠고리를 바라보노라면, 멈춰 있는 유물 속에서 고대 국가의 기틀을 다지던 지배자들의 엄숙한 눈빛과 숨결이 전해오는 듯하다. 비록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왕국은 사라지고 화려한 복식은 흩어졌으나, 그 금속 장식들이 품고 있는 반듯한 위계와 자존심은 영산강의 푸른 물결을 따라 오늘날 우리 고향 나주의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체계적인 질서와 고결한 품격으로 역사를 빚어낸 마한인들의 위대한 발자취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가장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적 이표가 되어 준다.

​*이어질 제22부 연재에서는 무덤 양식의 거대한 혁명인 ‘거대한 대형 독널무덤에서 돌방무덤(석실묘)으로의 대전환’을 깊이 있게 파헤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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