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이 넘은 노록목 팽나무. 나주시 토계동에 뿌리내린 오래된 팽나무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지켜온 나무로, 문순태 작가의 소설 '타오르는 강' 속에도 등장하는 의미 깊은 나무다. 사진=김명숙
수령 300년이 넘는 팽나무. 나주시 토계동 624를 지키고 있다. 사진=김명숙

나주의 영산강에는 오랜 세월 강물과 함께 살아온 옛 나루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둥구나루는 영산강의 물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중요한 나루터 가운데 하나였다.

‘둥구나루’는 영강동 일대에 형성된 옛 나루로, 영산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머물던 곳이었다. 나루는 단순히 강을 건너는 장소에 그치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 육지와 강을 이어주는 교통의 길이자 삶과 물산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영산강의 물길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정비되기 전, 이곳에는 강을 따라 수많은 이야기가 흘렀다.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를 찾은 장꾼과 나그네, 강을 오가던 뱃사람들의 모습은 둥구나루의 일상이었다. 강은 사람들에게 길이었고, 나루는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이 잠시 머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둥구나루에는 이러한 옛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팽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팽나무는 우리나라 농촌과 마을 어귀, 나루터 등에 흔히 심어져 마을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대표적인 향토수종이다. 넓게 펼쳐진 가지와 그늘은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었고, 마을 공동체의 기억을 품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둥구나루의 팽나무 역시 영산강을 오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지켜보며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로서 의미를 가진다.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나무는 한자리에서 계절을 맞으며 사람들의 삶을 바라본다. 봄이면 새잎을 틔우고, 여름이면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가을이면 잎을 떨구는 팽나무의 모습은 흘러가는 강물과 머무르는 시간의 대비를 보여준다.

특히 둥구나루는 나주의 영산강 수운 역사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고려시대부터 영산강은 내륙과 바닷길을 연결하는 중요한 물길이었으며, 나주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교통·상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강을 따라 형성된 여러 나루와 포구는 이러한 수운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흔적이다.

둥구나루에는 또한 조선 후기의 역사적 이야기도 전해진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유배길에 오른 다산 정약용과 형 정약전이 이곳에서 서로 헤어졌다는 이야기는 영산강의 물길이 단순한 교통로를 넘어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강의 물길과 주변 풍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둥구나루라는 지명과 그곳에 남아 있는 흔적은 옛 영산강의 모습을 기억하게 한다. 특히 나루터 주변의 팽나무는 눈에 보이는 역사적 건축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생명체로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자연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강물은 흘러가고 사람은 떠나지만, 나무는 그 자리에 남아 시간을 기억한다.

둥구나루 팽나무를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면,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모습과 강을 오르내리던 옛 배, 그리고 영산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나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오늘의 여행객에게 둥구나루는 단순한 옛 지명이 아니다. 영산강의 물길과 나주의 역사, 그리고 그 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만나는 시간의 공간이다.

강변에 남은 한 그루의 팽나무를 통해 우리는 묻는다.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바라보았을까?”

그 질문에 답하듯 팽나무는 오늘도 묵묵히 둥구나루의 자리를 지키며, 흘러가는 영산강과 함께 나주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시니어신문네트워크가 주관하는 ‘2026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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