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무용 '댕기머리' 공연에서 비상무용단 단원들이 두 팔을 벌려 일제히 대열을 이룬 채 1929년 나주역 사건의 격정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안행자
윤병태 나주시장이 19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창작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안행자
박종임 비상무용단 대표가 19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창작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안행자
비상무용단 단원들이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창작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에서 붉은 댕기를 맨 여학생들로 분해 무대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안행자
비상무용단 단원들이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창작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에서 붉은 조명 아래 웅크린 여학생을 둘러싼 채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안행자
비상무용단 단원들이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창작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에서 푸른 조명 아래 바닥에 쓰러진 단원을 둘러싸고 몸을 숙이고 있다. 사진=안행자
창작무용 ‘댕기머리’에서 비상무용단 남녀 단원들이 붉은 천을 들고 한 방향으로 몸을 낮춘 군무를 펼치며, 1929년 학생들의 항일 의지를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안행자
창작무용 ‘댕기머리’에서 비상무용단 단원들이 붉은 조명이 내리꽂히는 무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쓰러진 모습으로, 1929년 학생들이 겪은 아픔과 희생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안행자
‘댕기머리’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남평초 5학년 정답이 학생(나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르는 가운데 단원들이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안행자
1929년 10월 30일, 통학열차에서 내린 여학생들의 댕기머리를 일본인 남학생들이 잡아당기며 희롱한 곳이 바로 이곳 나주역이다. 이 일로 촉발된 한일 학생 간 충돌은 그해 11월 3일 광주의 대규모 항일 시위로 번져 전국적인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됐다. 창작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는 90여 년 전 이 역사(驛舍) 앞에서 시작된 소녀들의 분노와 용기를 무대 위에 춤이되어 피어났다. 사진=안행자

나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6년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비상무용단의 창작공연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댕기머리’가 9월 18일과 19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을 맞았다.

이 작품은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 벌어진 이른바 ‘댕기머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통학열차 안에서 광주중학교 후쿠다 등 일본인 학생들이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박기옥, 이광춘 등 한인 여학생들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했고, 이를 본 박기옥의 사촌동생 박준채가 나주역 광장에서 후쿠다를 붙잡고 항의하다 주먹을 날렸다. 박준채는 훗날 회고에서 “같은 차로 통학을 하면서도 민족감정으로 서로 배척하고 지내온 터에 그놈들이 우리 여학생을 희롱했으니 당연한 분격이었다”고 적었다. 이 충돌을 시작으로 11월 3일 1차 시위, 11월 12일 2차 시위가 이어졌고, 광주의 남녀 학생들이 식민지 교육에 반대하는 독서회를 조직하며 항일투쟁은 점차 조직적인 민족운동으로 성장했다. 그 불길은 전국 194개 학교 5만 4천여 명이 참여하는 학생독립운동으로, 나아가 해외로까지 번졌다.

제작을 맡은 비상무용단은 실험적 창작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안무와 움직임 연구를 통해 작품을 창작하는 광주·전남 대표 무용단으로, 동신대학교 공연예술무용학과 박종임 교수를 필두로 2007년 창단됐다. 창단 첫해 제16회 광주무용제 우수상을 시작으로 2009년 제18회 광주무용제 대상·연기상, 제18회 전국무용제 금상·안무상을 받았고, 2017년 제26회 광주무용제 금상과 광주예총 예술문화상 우수상, 2018년 제27회 광주무용제 금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특히 2019년에는 제28회 광주무용제 대상에 이어 제28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최우수연기상·무대예술상을 함께 받으며 국내 최고 수준의 경력을 갖춘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21년 제104회 전국체전 개막식 주제공연에 오르고, ‘달빛으로 전하는 춤 인문’, ‘난장-양림’ 등 14개의 자체 창작공연과 2021년 프린지페스티벌, 2023년 나주 영산강축제 전야제 공연, 2024년 광주 프린지페스티벌 등 지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콘텐츠 개발에도 힘써왔다.

올해 공모에는 전국 62개 지자체, 102개 단체가 도전해 41개 단체가 최종 선정됐으며, 이 가운데 비상무용단을 포함한 11개 단체가 2년 연속 선정됐다. 나주시는 전남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박종임 대표는 공연 기획 의도로 나주를 “역사의 고장이자 우리나라 근대 민족운동의 중심지”로 규정하며,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억압 속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앞장서 독립의 의지를 드러내며 맞서 싸운 역사적 의거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댕기머리 사건의 실질적인 전개 과정을 현대무용이라는 몸짓의 언어로 풀어내어”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춤으로 역사를 생생하게 표현했으며, 단순한 지역 사건을 넘어 나주에서 시작돼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된 독립운동의 한 장면을 조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창작자의 예술적 메시지로는 현대무용의 몸짓을 통해 아픈 역사와 슬픔, 독립을 향한 희망과 용기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시도, 미디어아트를 적극 활용해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무대를 구현하는 도전, 그리고 100년의 시간을 넘어 살아 있는 역사를 오늘의 관객과 미래 세대에게 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무대는 박종임 대표가 총연출을 맡았고, 조숙영 예술감독과 강지형 단무장 겸 조안무가 함께했다. 주역은 창혜원, 정희열이 맡았으며, 김희진, 김수영, 이예진, 박하영, 양지요, 노가은, 염성국, 함초희, 윤민지, 최은서, 김성연, 정유정, 박소은, 김규리, 이경서, 김명주, 전지윤, 정윤지, 박재헌, 조영재, 이병찬, 김미선, 한명선, 김청미, 이창규 등 25명이 무대에 올라 주역까지 총 27명이 출연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댕기머리’는 나주학생독립운동을 모티브로 그 시대를 살았던 학생들의 용기와 꿈, 자유, 나라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현대무용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라며 “그들의 정신을 예술로 살려낸 이번 공연이 그날의 의미를 새롭게 전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종임 대표를 비롯한 비상무용단 단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박경중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장은 축사를 통해 1929년 나주역 사건이 “단지 소년·소녀들의 우발적인 다툼이 아니었다”며 일제의 무단통치와 차별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민족적 자존심이자 학생독립운동의 첫 불꽃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이 당시 학생들이 겪은 아픔과 갈등,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정의와 희망을 “찰나의 움직임과 웅장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종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그 시대를 살아간 어린 소년과 소녀들의 슬픔 속에서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냈던 댕기머리 소녀와 반짝이던 소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나주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목포와 광주 무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며, 박 대표는 오늘의 나주가 있기까지 나주학생독립운동 주역들이 보여준 숭고한 정신과 희생을 마음에 새기며 가장 아름답고 진솔하게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전날인 18일 공연을 미리 관람했다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도 이날 축사에서 “지역에 이런 살아 있는 예술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몸짓이 너무 거칠어 놀랐는데 뒤로 갈수록 댕기머리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잡아내더라”며 “춤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 이렇게 강렬한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윤병태 시장은 “나주가 가진 역사와 문화 자원을 현대적인 공연과 전시 등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지역의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는 10월 7일 영산강축제에서는 고려 2대 왕 혜종의 어머니 장화왕후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지난해보다 한층 보완된 모습으로 개막공연에 오르고, ‘댕기머리’ 역시 다시 무대에 선다. 한 편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 대표 콘텐츠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공연에는 박경중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장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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