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나들이 길에 오랜만에 손녀를 만났다. 저녁 시간, 모처럼 한가롭게 마주 앉은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퍼즐 맞추기 시합을 제안했다. 나는 이 아이와 마주할 때면 늘 눈을 깊이 들여다보곤 한다. 말로는 다 못 하는 어떤 고민이 그 작은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의 눈빛 속에서 헤아려 보고 싶어서다.

“할머니, 우리 누가 먼저 맞추나 시합 한 번 할까요?”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50조각짜리 퍼즐을 두 세트 흩뿌려 놓고는, 제법 의젓하게 요령까지 일러준다. “할머니, 얼굴부터 찾아봐요. 그다음엔 비슷한 색깔끼리 모으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손을 꼭 잡고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서 나를 이끌고 있었다.

나이 탓인지 눈은 침침하고 손끝은 무디다.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봐도 조각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았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니 자꾸 어긋나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하지만 그 무뎌진 손끝에는 지난 세월을 버텨낸 단단한 지혜가 묻어 있는 법이다.

그때, 제 몫의 퍼즐을 뚝딱 완성한 손녀가 다가와 슬며시 손을 보탰다. 지는 것이 속상할 법도 한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길이 내 조각을 제자리로 안내했다. 그 따뜻한 온기에 잠시 마음이 뭉클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많은 조각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크든 작든, 모서리든 가운데든 저마다의 자리가 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그림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세상에 대단한 조각 따위는 없다. 다만, ‘없어서는 안 될 조각들’이 있을 뿐이다.

나는 아이의 눈을 지그시 맞추며 다정한 목소리로 일러주었다.

“얘야, 너도 세상이라는 퍼즐의 소중한 한 조각이 되어보렴. 너 없이는 세상이 온전히 완성될 수 없도록 말이야.”

아이에게 해준 이 말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고 싶은 위로임을 깨닫는다. 때로는 세월의 속도가 버겁고, 내 자리가 어딘지 몰라 헤매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끼워 맞추려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을 내려놓고 방향을 살짝 바꾸면, 반드시 꼭 맞는 자리를 찾게 될 테니까. 긴 세월을 성실히 살아낸 당신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이미 세상의 한 귀퉁이를 아름답게 채우고 있다.

손녀는 먼저 제 몫을 다하고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신 내 곁으로 건너와 도란도란 손을 보태 주었다. 그 마음 하나가 내게는 큰 위로였다. 우리도 잊지 말자. 먼저 자리를 찾은 누군가가 아직 헤매고 있을 우리에게 손을 내밀듯, 우리도 오늘 하루, 우리보다 조금 더 지친 누군가의 곁으로 건너가 조용히 손을 보태주면 어떨까.

그렇게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완성해 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일 테니. 저녁 어스름 속에서 내 손 위에 포개지던 손녀의 작은 손처럼, 당신이라는 조각이 있기에 우리네 삶이라는 큰 그림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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