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모양 나주 지켜온 '숨은 돛대' 동점문 안 '목당간'의 모습. 사진=박옥화
배 모양 나주 지켜온 숨은 돛대 동점문 밖 석당간의 모습. 사진=박옥화
동점문의 정면 모습. 사진=박옥화
1872년 나주목 고지도에 목장(목당간)과 석장(석당간)이 그려져 있다. 사진=박옥화
나주목 고지도의 목장과 석장을 확대한 모습. 사진=박옥화

나주를 여행하다 보면 성문 밖에 우뚝 솟은 돌기둥인 보물 ‘나주 석당간(석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석당간과 짝을 이뤄 나주읍성을 지키던 ‘목당간(목장)’이 성문 안쪽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역사서 속 기록으로만 전해지다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다시 세워진 나주 목당간이 ‘2026 나주 방문의 해’를 맞아, 그동안 석당간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흥미로운 이야기와 산책 코스로서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 시대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흥미로운 기록이 나온다. 천년 전 선조들은 나주읍성의 지형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 모양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배가 거친 바람에도 뒤집히지 않고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려면 중심을 잡아줄 돛대가 필요했고, 이에 선조들은 나주의 번영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동점문(東漸門)을 사이에 두고 안팎으로 두 개의 돛대를 세웠다.

성문 밖에는 돌 돛대인 보물 석당간을, 성문 안에는 나무 돛대인 목당간을 세운 것이다. 지난 1872년에 그려진 옛 나주 지도에도 동점문 안팎의 이 두 개의 돛대가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두 갈래로 뻗은 지지대 사이에 길게 솟은 기둥과 그 꼭대기의 장식까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나주의 상징물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로 만든 목당간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영산강 범람 등 수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싶었던 주민들의 마음속에는 늘 이 돛대가 살아 있었다. 물자가 귀했던 지난 1958년, 마을 주민들은 전신주를 가져와 목당간 모양을 만들어 세우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를 돛대를 뜻하는 ‘진대’라 부르며 지팡이처럼 친근하게 여겼고,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후 나주읍성 동점문 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고증을 거쳐 지금의 나무 목당간으로 복원되어 동점문 안쪽 제자리를 찾았다.

웅장하고 단단한 석당간이 든든한 멋을 풍긴다면, 나무의 따뜻한 결을 살린 목당간에는 선조들의 숨결과 주민들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올해 말 나주천 생태물길 조성 사업이 최종 완공되면 동점문 주변은 그야말로 걷기 좋은 명품 길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따라 목당간과 석당간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는 나주의 새로운 인문학 여행지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저 눈으로만 보는 정적인 문화재 관람에서 벗어나, 성문 안팎에 돛대를 세워 도시의 안전을 기도했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여정은 세대를 불문하고 깊은 울림과 재미를 선사한다.

‘2026 나주 방문의 해’를 맞아 나주를 찾는다면 읍성의 동쪽 끝에서 천년 동안 나주라는 배를 든든하게 지탱해 온 목당간과 석당간의 아름다운 ‘짝꿍 이야기’를 만나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