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힘들고 지칠 때면 나는 내 마음을 살펴본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가 마음이 힘들면 그제야 나를 돌아본다. 마음에도 감기가 오고 피곤이 쌓일 텐데, 나는 늘 마음을 뒷전으로 미뤄두었다.
젊을 때는 걱정이 있어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시니어가 되니 달라졌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들에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건강, 가족, 미래. 사람들과의 관계마저도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지만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돌아보니 더 완벽해지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자꾸 급해진다. 쉬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나는 여전히 그 신호를 무시하며 살아간다. 쉽게 가자, 한 템포 늦춰 가면 될 텐데. 모든 면에서 한 걸음 물러서 가자고 스스로 다짐해 보기도 한다.
그래도 그 신호가 너무 커질 때면,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을 차분하게 돌아본다. 그리곤 자연을 찾아간다. 어떤 스승보다도 위대한 자연의 품으로 달려간다.
오늘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벚꽃 터널과 수선화가 피어 있는 꽃밭 사이를 걸었다.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니, 그동안 무겁게 짓눌러 왔던 마음의 찌꺼기들이 맑게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 사랑’이라더니, 오늘 이 길은 나 자신을 온전히 안아 주기 위해 예비된 길이었나 보다.
지나가는 봄바람도 조용히 물었다. “괜찮나요?“
돌아오는 길에 작은 화분 몇 개를 사 들고 집에 와 조심스레 옮겨 심었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만큼 한가롭고, 느긋한 좋은 하루였다.
나무는 그저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가르침을 준다.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법, 계절을 받아들이는 법, 뿌리를 깊이 내리고 기다리는 법을. 꽃들은 아무 말 없이 피어나 자신의 시간을 살다 간다. 그 모습이 내게 속삭인다. “괜찮아, 너무 조급해하지 마,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자연 속에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내 마음에 제대로 된 위로를 준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자연은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스스로 회복할 때까지 곁에 머물러 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어선다. 완벽하진 않지만, 다시 걸어갈 수 있는 만큼은 회복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마음이 약해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약해진 게 아니라, 비로소 내 마음의 신호를 읽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라는 것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음의 목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이제는 그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나를 지키라는 삶의 지혜로 귀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챙기듯, 내 마음에도 따뜻한 안부와 정갈한 휴식을 대접하고 싶다. 그것이 오랫동안 애써온 나를 가장 정중하게 사랑하는 방법일 테니까.
오늘도 나는 내 마음에게 다정하게 묻는다.
“괜찮나요?”
그 대답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걷는 지금, 비로소 마음속에 평온한 쉼표 하나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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