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의 원도심을 걷다 보면, 압도적인 위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을 마주하게 된다. 보물 제2037호, 나주 금성관(錦城館)이다. 조선 시대 객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나주의 자부심이자,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묵묵히 견뎌낸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런 금성관이 최근 50년 만에 일부 해체보수라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해체 보수를 앞두고 열린 사진 촬영 행사에 가족과 함께 참여하며, 밤새 내린 눈을 머금은 금성관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조선 제일의 객사, 나주의 자존심
객사는 본래 지방을 방문한 관리의 숙소지만, 금성관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殿牌)와 궐패(闕牌)를 모시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망궐례(望闕禮)를 올리던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팔작지붕의 유려한 곡선과 궁궐에서나 볼 수 있는 월대를 갖춘 구조는 이곳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나주가 ‘전라도의 작은 한양’이었음을 증명하는 징표였다.
또한 금성관 뜰은 임진왜란 당시 김천일 의병장이 구국의 깃발을 올린 출정식의 현장이었으며,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에는 이곳에 빈소가 차려져 나주 백성들이 항일의 뜻을 모은 눈물의 장소이기도 했다. 갑오개혁기의 단발령 항거, 나주학생독립운동에 이르기까지, 금성관의 기둥 하나 기와 한 장에는 나주인의 정신과 의향(義鄕)의 혼이 깊게 새겨져 있다.
무너져가는 천 년의 무게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듯, 1884년 중건 이후 140년을 버텨온 금성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지반이 가라앉고 주요 기둥들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 결과, 지붕의 막중한 무게를 지탱하던 기둥 내부가 부식되어 자칫하면 붕괴할 수도 있는 위험 수준(D등급)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현재 금성관은 임시 보조 기둥에 의지해 위태롭게 서 있다. 결국 국가유산청과 나주시는 건물의 일부 해체 보수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원형 회복과 과학적 보강의 조화
이번 복원 사업은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이 맡았다. 복원 방향은 명확하다. 기존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 역사성을 보존하되, 전통 기법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현대식 보강 기술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체 과정 전체를 영상과 도면으로 기록화해 향후 전통 건축 복원의 표준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단순한 수리를 넘어 문화재 보존 기술 축적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시민과 함께 새기는 기억, 그리고 그 너머
이번 복원 과정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26년 2월,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주관으로 열린 ‘보물 금성관, 기억을 담다’ 촬영 행사다. 해체에 앞서 금성관의 현재 모습을 시민들과 함께 기록하기 위해 기획된 이 자리에서는 전문 사진 촬영과 즉석 인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됐고, 촬영한 사진은 종이 액자에 담아 기념품으로 증정됐다.
이 행사는 단순한 이벤트 그 이상이다. 문화재 보존을 행정과 전문가의 영역에만 가두지 않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증인이자 기록자로 참여하는 과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금성관을 배경으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어떤 공식 기록보다 생생하게 이 시대의 온도와 감정을 담아낸다. 수백 년 뒤 누군가가 그 사진을 바라볼 때, 2026년의 나주 시민들이 문화유산 앞에 서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고스란히 전할 것이다.
문화재는 학자와 행정의 손으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아끼고,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쌓여 비로소 살아 숨 쉰다. ‘기억을 담다’는 그런 의미에서 나주 시민 모두가 금성관의 공동 수호자임을 선언하는 행사였다. 눈 내린 금성관 앞에서 셔터를 누르던 그 짧은 순간은, 140년의 무게를 받아 다음 세대에 온전히 건네는 조용하고도 힘찬 손짓이었다.
수리가 완료된 금성관은 일제 강점기의 변형과 세월의 상처를 딛고 조선 시대 본연의 위용을 되찾게 된다. 나주 도심에 다시 서게 될 그날, 그 자리에는 오늘 사진을 찍었던 모든 시민의 기억도 함께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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