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산강 유역 무덤 양식의 일대 변혁, 옹관(독널)에서 돌방무덤(석실묘)으로의 구조적 대전환
정치적 환경 변화와 대외 교류 속에서 마한 지배층이 선택한 새로운 장송례(葬送禮)와 건축 미학
형태의 변화를 넘어 반남 왕국의 역사적 적응력과 영원한 자존심을 증명하는 고고학적 이정표
벼가 익어가는 너른 나주평야와 영산강의 푸른 물결이 굽어보는 반남의 대지 위에는, 수천 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고대인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 위해 남긴 무덤들의 거대한 변천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지금까지 본지가 대기획 연재를 통해 금동관, 목걸이, 환두대도와 철갑, 마구류, 토기와 옹관, 그리고 은빛 관정식에 이르기까지 마한 지배층의 찬란한 보물과 질서를 파헤쳐 온 가운데, 대기획 연재 제22부에서 집중 조명할 주제는 바로 영산강 유역 고고학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혁명적인 변화인 ‘거대한 대형 독널무덤(옹관묘)에서 돌방무덤(석실묘)으로의 대전환’이다.
본지가 이어온 대기획 연재 중 대주제 [국보 금동관과 지배층의 찬란한 보물들]의 열 번째 순서인 이번 회차에서는, 수백 년간 영산강 문화의 절대적 상징이었던 옹관 시스템이 왜 거대한 돌방무덤 체제로 전환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과 구조적 혁신의 의미를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파헤친다.
영산강 유역의 절대적 상징, 대형 옹관무덤의 장엄한 시대
고대 영산강 유역(나주 반남·신촌리 고분군 등)을 다른 지역과 구별 짓는 가장 강력한 징표는 단연 거대한 항아리 두 개를 마주 붙여 시신을 안치하던 대형 독널무덤(옹관묘)이었다. 지하 깊은 곳에 거대한 토기 옹관을 묻고 그 위에 거대한 봉분을 얹어 수장의 권위를 드높였던 이 독창적인 장송례는, 어머니의 품 같은 대지 속에서 영혼의 안식을 구했던 마한인들의 깊은 내세관과 고도의 토기 제작 역량이 결합된 위대한 예술품이자 건축적 성취였다. 수백 년 동안 영산강 유역의 지배자들은 이 거대 옹관을 통해 자신들의 신성한 권력과 왕국의 정체성을 드높여 왔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건축적 혁명, 돌방무덤(석실묘)으로의 대전환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정세가 급변하고 백제를 비롯한 주변 고대 국가들과의 교류와 마찰이 심화되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마한의 지배층은 무덤 양식에 있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흙으로 빚은 거대한 항아리 중심의 옹관 체제에서, 단단한 돌판과 돌덩이를 다듬어 사방의 벽을 쌓고 입구를 만들어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돌방무덤(석실묘) 체제로의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 무덤 양식의 혁명은 단순히 무덤을 만드는 재료가 흙에서 돌로 바뀐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후에 여러 차례 추가로 시신을 모시거나 의례를 치르기 용이한 구조적 실용성을 수용하고, 당대 선진적인 무덤 건축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왕국의 방어력과 사회적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지배층의 눈부신 정치적·문화적 적응력이었다.
형태는 바뀌어도 꺾이지 않는 마한의 자존심, 영원을 향한 질주
옹관에서 돌방무덤으로 무덤의 겉모습과 구조는 혁신적으로 변모하였으나, 그 지하의 엄숙한 공간 속에 담긴 영산강 무인들의 긍지와 영원을 향한 열망은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거대한 돌방을 채운 찬란한 금속 유물과 정교한 토기들은, 형태의 변화 속에서도 마한의 지배자들이 지닌 왕국으로서의 품격과 자존심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음을 무언으로 증명해 준다.
오늘날 국립나주박물관 전시실과 유적 현장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무덤들의 변천 과정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낸 고대 마한인들의 유연하면서도 굳건한 생명력을 우리에게 묵직하게 전해준다.
[기자 수첩]
오랜 세월 동안 영산강 유역의 대지를 지켜온 고분군들을 바라보노라면, 흙으로 빚은 거대한 옹관의 품에서 단단한 돌로 쌓아 올린 돌방무덤의 성채로 이어지는 고고학의 대서사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시대의 바람에 따라 무덤의 양식은 진화하였으나, 그 내부에 스며 있는 지배자들의 엄숙한 위엄과 영원불멸을 향한 갈망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건축적·정치적 혁신을 이뤄내며 역사를 개척해 낸 마한인들의 위대한 발자취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고향 나주의 대지 위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어질 다음 연재 회차에서도 영산강 유역 마한의 신비롭고 찬란한 문화유산과 역사적 진실들을 계속해서 깊이 있게 파헤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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