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고, 비우고, 스미다’의 순간 속으로.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뜻깊은 아홉 번째 초대 개인전을 선보인 김문정 작가의 모습이다. 사진=박향이
작품 제목은 <인드라 NO.1>이고 주요 재료는 한지죽, 실, 혼합재료이다. 사진=박향이
<인드라 NO.1> 작품을 확대한 모습으로 불교의 인드라망(인연과 관계의 그물)과 연기(緣起) 사상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사진=박향이
작품 제목은 <숨 No.2>이고 주요 재료는 한지죽, 실, 혼합재료이다. 사진=박향이
<숨 No.2> 작품을 확대한 모습으로 작가가 한지를 쌓고 실을 엮는 수행의 호흡(숨)을 통해, 세상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의 법칙을 담백하고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박향이
작품 제목은 <공존 A>이고 주요 재료는 한지죽, 실, 혼합재료이다. 삶의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우리가 타인과 어떤 거리와 자리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박향이
한국천영염색박물관 기획 전시실 내부 모습. 사진=박향이

나주시 한국천연염색박물관(관장 임경렬)이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보름간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김문정 작가 제9회 초대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쪽 염색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이끌어온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실과 한지죽을 매개로 삶의 보이지 않는 관계성을 탐구해 온 김문정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리로 평가받았다. 전시 주제 ‘잇고, 비우고, 스미다’에 걸맞게 여백과 고요함, 비움 이후에 오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광주광역시 출생으로 성신여대와 동국대 대학원을 거치며 수행적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문정 작가는 인간과 세계를 독립된 개체가 아닌 서로 스며들고 긴밀하게 연결된 거대한 ‘관계’로 바라본다. 이러한 예술 철학은 세상 모든 존재가 서로의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된다는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과 궤를 같이한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인연과 우주의 섭리를 섬세한 시각적 조형 언어로 캔버스에 구현해냈다.

이번 연작에서 작가는 ‘실’과 ‘한지죽’을 주요 매개체로 사용했다.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실을 잇고 한지죽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작업은 그 자체로 오랜 시간의 층위를 담아내는 과정이자 수행의 연장선이다. 인위적인 색채를 과감히 덜어내는 대신 한지 본연의 맑은 빛깔과 질감을 살려 ‘비움’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화면을 채운 여백은 단순한 공백을 넘어 관람객이 스스로의 삶과 인간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깊은 사유와 치유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작품 속 팽팽함과 느슨함의 변주는 관람객들에게 삶의 거리와 자리를 되짚어보는 계기도 마련했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나주 전통 쪽염색 문화의 전승을 넘어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뜻깊은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다채로운 기획 전시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