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향교를 찾으면 가장 먼저 고즈넉한 옛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래된 기와지붕과 담장,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물들 사이로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이 은행나무는 나주향교의 역사와 함께하며 오늘날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주향교의 은행나무는 약 600년 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 굵게 자란 줄기와 사방으로 뻗은 가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살아왔는지 느껴진다. 이 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것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잎이 돋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 은행나무에는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이야기 도 전해 내려온다. 역사적인 사실로 확정된 기록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지역에서 전해져 온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전설은 나무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해준다. 조선시대의 역사와 함께 나주향교를 생각하다 보면 수백 년 된 은행나무가 단순한 고목이 아니라 이곳의 시간을 기억하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은행나무는 예부터 향교나 서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다. 학문과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던 옛 선비들은 은행나무를 학문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래서 향교에 자리한 오래된 은행나무는 그곳에서 이루어졌던 배움과 가르침의 시간을 상징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특히 가을의 나주향교는 더욱 아름답다. 초록빛을 머금고 있던 은행나무 잎이 어느 순간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향교의 오래된 기와지붕과 담장이 노란빛과 어우러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오랜 시간이 천천히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주향교의 은행나무 앞에 서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태어나고 떠나지만 나무는 한자리에서 계절을 맞으며 오랜 세월을 살아간다.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았을 은행나무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간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주향교의 은행나무는 단순히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아니다. 나주향교의 역사와 옛사람들의 삶,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나주향교를 방문한다면 아름다운 건물만 둘러보고 돌아서기보다 은행나무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춰보기를 권하고 싶다. 굵은 줄기와 넓게 뻗은 가지를 천천히 바라보며 수백 년의 세월을 상상해보면, 평범한 여행지에서 느끼기 어려운 깊은 여운을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나주향교의 은행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봄에는 새잎으로 생명의 기운을 보여주고, 여름에는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가을에는 황금빛 잎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리고 겨울이면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묵묵히 다음 봄을 기다린다.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나주향교의 은행나무. 그 앞에 서면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주향교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역사를 마주하는 듯한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