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은퇴가 없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오늘’이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시작된 결혼과 육아. 소위 말하는 ‘경력 단절’의 시간이었다. 하루하루 충실한 주부의 삶이었지만, 내 이름 석 자 뒤에 붙을 직함 하나 없는 현실에 문득 공허함이 밀려오곤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찾아온 작은 여유는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처음 잡은 것이 붓이었다. 한 획 한 획 긋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정갈해진다. 그렇게 몇 년간 묵향 속에 머물며 나 자신을 정성껏 다듬어 나갔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될 무렵,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세상이 디지털로 변한다는 소식에 용기를 내어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이다. 워드 프로세서부터 정보검색사, 그래픽까지 하나하나 정복해 나갔다. 그러던 중 정보통신부 주관 ‘주부 인터넷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거둔 입상은 내 삶의 물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후 여성정보화단의 일원이 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광주대학교 장하경 교수님과 동료들이 함께 발간한 생활인터넷 책자 ’21세기 여성정보화’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던 기억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출판기념회의 설렘과 백화점에서 1대1로 인터넷을 가르치며 나누었던 열정은 뜨거웠다. 정보화 사각지대에 있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싶어 TV 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문화센터 곳곳을 누비며 컴퓨터를 가르쳤던 시간은 내 인생의 큰 자부심이 되었다.
강사로서 얻은 자신감은 잊고 지냈던 내 전공에 대한 열정까지 깨워 주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다시 도전해 전공을 살렸고, 은퇴 전까지 그 분야에서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은퇴 후에도 배움의 갈증은 멈추지 않았다. 최근 시작한 캘리그라피는 과거 서예의 경험 덕분에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역신문사의 ‘시니어 기자’로 활동 중이다. 컴퓨터로 익힌 문서 작성 능력과 서예로 다져진 집중력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셈이다.
물론 시니어가 된 지금, 배움의 속도는 예전 같지 않다. 앱 하나를 익히는 데도 수 차례 반복이 필요하고, 젊은이들이 능숙하게 다루는 편집 프로그램 앞에서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에 ‘나도 이제 늙었구나’ 하는 쓸쓸함이 밀려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배운다. 한 번에 안 되면 몇 번이라도 반복한다. 비록 ‘스마트’한 속도는 아닐지라도, 내 속도대로 꾸준히 걷다 보면 결국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좋아서, 배우고 싶어서 쏟았던 시간들이 모두 삶의 밑거름이 되어 있었다. 준비하고 있었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내일 찾아올 또 다른 기회를 위해 기꺼이 배움을 이어간다. 배움에는 은퇴가 없으며, 준비하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나 ‘지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주변에 이야기한다.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라고. 느리고 서툴러도 그 모든 배움은 언젠가 당신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지인의 글귀가 떠오른다. “인생은 지금이다, 너무 늦은 것은 없다.”
이제 나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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