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니어클럽 노인 역량 일자리 사업으로 시니어홍보단에 입단한 지 어느덧 한 해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문득 ‘모두가 여러분 덕분’이라는 문구가 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 떨리는 마음으로 기자단 교육에 임했던 그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은퇴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일은 낯설었습니다. 업무용 문서가 아닌, 내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취재하고 그것을 기사로 풀어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하고, 그 의미를 찾아 독자에게 전달할 글로 엮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했습니다.

그러나 시니어 기자활동을 시작하면서 저는 다시 머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새기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 일은 제 두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고, 어느 순간부터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즐거워졌습니다.

취재는 늘 예상 밖의 여정을 안겨주었습니다. 익숙한 동네 골목을 다시 걷게 되었고, 낯선 마을의 작은 이야기들이 제 발걸음을 이끌었습니다. 나주의 들판과 재래시장, 문화유적지, 여러 축제 현장, 문화와 예술을 느끼는 공연장과 전시회장,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기사 한 편 한 편을 채워갔습니다.

무엇보다 시니어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소중했던 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왕곡초등학교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다룬 작은 기사에 진심으로 기뻐해주셨던 미술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분의 환한 미소와 진심 어린 격려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발로 뛰며 듣고 기록한 이야기들은 결국 제 것이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처음엔 서툴고 조심스러웠지만,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더 풍요로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남 앞에 나서기를 어려워했던 사람입니다. 사람을 만나면 조심스럽게 대하던 제가, 이제는 취재 메모를 들고 당당히 질문을 던집니다. 처음 만난 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진심을 발견할 때마다 마음 한쪽이 따뜻해집니다.

취재를 할수록 제 안에 숨어 있던 용기가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기자가 아니라 이웃의 이야기를 나누는 한 사람으로, 함께 웃고 공감하며 살아가는 동행자가 된 기분입니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너 글 잘 쓴다! 나주시니어신문에서 네 기사 봤어. 기자 활동 정말 멋지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저를 응원하는 친구의 눈빛은 제 자존감을 한층 더 북돋아 주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평범한 일상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변의 소중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월이 주는 의미를 글로 담아내는 ‘기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활동은 제 삶을 단순히 바꿔놓은 것이 아니라,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며 배우고, 취재하며 깨닫고, 사람을 만나며 성장한 시간들. 그 모든 경험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 기자들과의 인연이 소중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도, 취재 현장에서 함께 흘린 땀방울도, 주간 회의에서 취재계획을 나누고 기사를 함께 읽으며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던 그 순간들도, 이제는 모두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며 북돋아줄 때, 우리는 여기까지 잘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 해를 함께 보내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나눈 것은 단순한 동료애가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장을 함께 써 내려간 동지애였다는 것을요.

나이 들어 다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설렐 줄 누가 알았을까요. 모두가 여러분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늘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나주시니어클럽 김선영 관장님과 세심하게 이끌어 주신 나거장·김혜민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년 동안 기자단을 든든하게 이끌어 주신 정성균 단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 모든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저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이 시간들을 기억하며,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