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새벽빛이 어제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자연의 새벽맞이에 또다시 동참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이라는 이 귀한 하루를 값없이 선물로 받았다.

예순을 넘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 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이 그저 감사하다는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매일 아침 눈을 뜬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절실히 느낀다. 아마도 나의 삶 또한 대가 없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길,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가에 야생 나팔꽃이 피어 있다. 넝쿨식물인 나팔꽃은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욕심껏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간다. 빨강·파랑·분홍의 꽃을 피워내며 자신을 뽐내는 저 꽃도, 이 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찬란한 순간이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것이리라.

나에게도 이 지구에서의 삶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팔꽃이 그러하듯, 최선을 다해 나만의 빛깔로 삶을 채색해 가야 한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다. 길가의 작은 풀꽃에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서도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기적들을 이제는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참 감사하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내면과 대화를 이끌어 내어 주기 때문이다. 더 찬란하게 내면을 물들이며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할 일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언젠가는 그 감사가 진짜 사랑으로 자라난다는 걸 요즘 실감한다. 나팔꽃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찬란한 순간에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듯, 나도 지금 이 시간을 최선으로 살아내고 싶다.

모든 것을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이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