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면은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 1에 불과한 미세 섬유 광물이다. 노후화된 슬레이트 표면이 마모되거나 균열이 생기는 순간, 이 미세 입자는 아무런 경고 없이 공기 중으로 날린다. 일단 폐 조직에 박히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중피종·폐암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진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처럼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피해는 인체 직접 흡입에 그치지 않는다.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이면 슬레이트에서 떨어진 미세 입자가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를 위협하고, 빗물에 씻겨 내려온 석면 입자는 낙수 지점 주변 토양에 그대로 퇴적된다. 환경부 조사에서도 노후 슬레이트 가옥 주변 토양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석면이 빈번하게 검출됐다. 해당 부지에서 재배한 농작물이나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가 지자체와 협력해 노후 슬레이트 철거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비용 부담과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수많은 가옥이 방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슬레이트를 임의로 깨거나 제거하는 행위 자체가 대량의 석면 비산을 초래해 본인은 물론 이웃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거듭 경고한다. 반드시 전문 업체를 통한 안전한 철거만이 답이다.
석면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은 분명하다. 정부는 철거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하며, 시민들은 생활 주변 슬레이트 지붕이 남긴 위험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낡은 지붕 아래 잠들어 있는 침묵의 살인자를 우리 스스로 깨워 몰아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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