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가 웅크려왔던 조용한 세월이 이제 21세기 거대 변화의 용틀임을 시작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에너지’라는, 자주 들어 별것 아닌 듯하지만 거대한 산물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는 힘의 원천이다. 에너지를 매개로 결과물을 생산하고, 확대하고, 변혁시켜 가는 천변만화의 꽃으로 거대해지는 것이다.

그 에너지 올인원을 품 안에 안게 될 나주다. 전기 전력의 본산인 한국전력에 한국전력거래소·한국KDN·한국KPS·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기본으로 연결돼 있다. 미래에너지산업단지·인공핵융합에너지연구소·에너지영재교육원이 함께하며, 마지막 퍼즐처럼 국립에너지전문과학관(이하 에너지과학관)이 맞춰졌다. 전시·교육·체험·연구(R&D)의 결합이 계획되고 있으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460억 원이 투입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인구 감소로 소멸을 걱정하던 나주 땅에 거대한 미래 비전의 핵심이 일궈지고 있음을 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전시 부분은 이런저런 에너지 관련 시설·설비들이 등장할 것이다. 소형원자로의 모형을 반으로 잘라 그 구조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에만 있을 게 아니라 과학관에도 있어야 한다. 아니, 더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시가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것으로 끝난다면 생색내기 전시 때문일 것이다. 보는 이에게 큰 울림이 남아야 한다.

35년 전쯤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다. 오다이바에 가니 별로 대수로울 것 없어 보이는 건물, 불현듯 전쟁기념관이 있었다. 들어가 보았다. 어디쯤인가에서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과 초등학교 5, 6학년쯤으로 보이는 한 사내아이가 마주 보고 대화 중이었다. 듣는 아이는 별 관심 없는 듯한데, 노인의 언변과 몸짓은 그게 아니었다.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얼굴이 벌개져 설명하는 모습은 옆을 스치는 내가 의아할 정도로 열정과 열변이었다. 그들 옆에는 꽤 큰 기계 하나가 반토막 난 채 전시돼 있었다. 황동으로 만든 스크류였다. 2차 세계대전에 쓰인 마지막 전함의 스크류와 같은 것이라는 데에 방점을 찍으며 백발 노인은 자못 심각했다. 한낱 기계 부품일지라도 큰 의미가 있는 물품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으로 후손에게 기어이 전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바로 그 점에서 나는 가던 발길을 멈추고 그들을 지켜봤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인 소형원자로가 있다. 핵잠과 연계하면 국민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전시물로 적격이다. 핵융합원자로 모형 전시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교육·체험 부분은 대상에 따라 기획이 달라지겠지만, 교육하면서 체험하게 하고 체험하면서 교육을 하는 양수겸장이 이상적이다. 아마 우에노공원이었을 거다. 오른켠의 조그만 2층 건물 문을 열자 5세 전후의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만져보고, 타보고, 밀쳐보고, 당겨보고, 통과해 보고, 쌓아보고 있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게 하는 공간이었다. ‘귀국하면 나도 저런 체험관 하나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꿈도 많은 세월을 먹었다.

에너지과학관은 도시 이미지 상승·관광·인구 유입·주거 개선 등으로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 연구시설을 넣는다고 여기저기 통제하고, 거대 전시물을 넣는다고 어느 부분을 축소하고 약화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보는 이’의 관점, 어린이의 관점, 배우려는 자의 관점에서 깊은 고뇌 속에 기획되길 바란다. 세월 가는 게 싫지만, 에너지과학관이 열리는 2030년은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