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들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통틀어 ‘호남’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호남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낸 노래가 바로 ‘호남가’다. 호남가는 조선 후기 관찰사를 역임한 이서구 선생이 작사하고, 신재효 선생이 곡을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의 산하를 노래하며 백성의 삶과 정서를 담은 이 노래는 단순한 가사(歌詞)가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와 자존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다.
나주에서 되살아난 호남가
“호남 사람이 호남가를 모르면 안 된다.”
이 말 한마디로 ‘호남가’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나주문화원(원장 윤여정)이다. 문화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째 ‘호남가 문화교실’을 운영하며 전통 판소리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수업은 13주에서 16주 과정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나주문화원 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정미현 선생의 지도로 회원들은 판소리의 기본 장단부터 발성, 가사 표현까지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2024년 문화원의 날 식전행사에서는 ‘호남가’를 단체로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판소리를 처음 접했지만, 서로의 박자에 맞추어 호흡을 맞추며 최선을 다했다. 올해 역시 같은 무대에서 다시 ‘호남가’를 부를 예정이다. 수업이 끝난 지금도 나주정미소 3동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연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각종 행사에도 초청받아 출연하고 있다. 오는 12월 5일에는 목포 남도소리울림터에서 열리는 ‘호남가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판소리에 담긴 배움과 자부심
‘호남가’는 호남 지역 54곳의 풍경을 유람하듯 노래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가사와 장단이 복잡해, 쉽게 부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필자 또한 판소리를 배운 지 10여 년, 심청가를 비롯해 단가 10여 곡 이상을 익히며 그 깊이를 체감했다. 그러나 지금도 ‘호남가’를 완성도 높게 부르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판소리의 중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판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소리꾼의 호흡과 감정, 청중의 반응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생생한 예술이다. 한 소절의 길고 짧음, 북의 장단 하나에도 혼이 깃든다. 그래서 판소리를 배우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우리 전통을 이어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학술대회에서 느낀 감동
지난 10월 11일, 광주 전남대학교 용봉관에서 열린 ‘호남가 학술대회’ 소식을 듣고 필자는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참석했다. 1996년 전남대 행정대학원을 다닐 때 자주 드나들던 용봉관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건물 구조가 많이 바뀌어 강의실을 찾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304호 강의실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주최 측, 주제 발표자, 토론자 등 30여 명이 모여 ‘호남가’의 내력과 남도의 미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학술적 토론을 듣는 동안 마음 한켠에서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필자의 바람이 있다면, 이번 학술대회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호남가’를 비롯한 우리 전통 판소리의 가치가 꾸준히 연구되고, 제2·3·4회 학술대회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전통의 맥을 잇는 일
‘호남가’는 단지 오래된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호남의 자존이자, 우리 민족의 정서와 미학이 응축된 예술이다. 하루 24시간 중 일부라도 우리 전통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오늘도 나주의 문화교실에서는 북소리와 장단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소리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호남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언젠가 전국 곳곳에서 ‘호남가’가 울려 퍼지고, 그 선율 속에 우리의 뿌리가 다시금 살아나길 바란다.
그날이 오면, 호남은 단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정신의 고향’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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