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산포면 예림길 21-5에 위치한 ‘카페소감 & 나주미술관’ 전경. 사진=김동애
한옥의 전통미와 현대 미술관 카페의 세련됨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카페소감 & 나주미술관’. 사진=김동애
감성밴드 연금술사의 통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쾅쾅쾅! 괭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통기타와 국악기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연주에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사진=김동애
여우비의 통기타 연주, 공연의 마무리답게 밝은 에너지로 관객들을 배웅했다. 사진=김동애

‘가을풍경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산책하듯 길을 나섰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2시, 나주시 산포면 예림길 21-5. 내비게이션을 따라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카페소감 & 나주미술관’이었다. 4년 전 미술을 전공한 강희주 관장이 문을 연 이곳은, 이름처럼 ‘소감(소나무와 감이 있다는 뜻)’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미술관 뒤뜰에는 가을 햇살을 머금은 핑크뮬리와 푸른 잔디가 한 폭의 풍경화를 이루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을 채운 작품들이 따스히 맞이했고, 다른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물감을 묻힌 붓을 들고 미래의 화가를 꿈꾸고 있었다. 큰 미술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 나는 여유로움이 공간을 감쌌다.

이날 공연은 ‘가을풍경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안혜경 시인의 시낭송이 첫 무대를 열었고, 부드러운 바람과 잔잔한 햇살이 시 구절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시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풍경이 되는 듯했다.

이어진 단비의 오카리나 연주는 가을의 정서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작고 소박한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음색이 미술관을 가득 채우자, 관객들은 눈을 감고 가을을 느꼈다. 감성밴드 ‘연금술사’의 통기타 연주가 이어지자, 갑자기 괭과리 소리가 어우러졌다. 통기타와 국악기의 크로스오버 선율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음악이 가진 힘을 실감하게 했다.

정지환의 대금 연주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이선희의 ‘조각배’와 ‘잊혀진 계절’이 대금의 음색으로 새롭게 피어났다. 대나무 숲을 스쳐 가는 바람 같은 깊고 그윽한 소리가 가을 오후의 미술관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그 순간, 내가 왜 이곳까지 왔는지 깨달았다. 이런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무대는 여우비의 통기타 연주였다. 익숙한 팝송들이 경쾌하게 흘러나오며 공연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음악회는 한낮의 여운을 남긴 채 따뜻하게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나고 미술관을 나서며 생각했다. 서울이나 대도시로 가지 않아도, 우리가 사는 이 작은 도시에서도 문화와 예술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나주미술관 강희주 관장은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음악회처럼 시민들과 호흡하는 문화 행사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거대한 축제가 아니었다. 가을 오후, 미술관을 찾은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웃고, 박수 치고, 감동하는 따뜻한 풍경이었다.

시니어에게 문화생활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활력소다. 산포면 예림길의 작은 미술관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문화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곁에, 우리 동네에, 그리고 누군가의 작은 용기와 열정 속에 있다.

가을이 깊어가기 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나주미술관의 문을 두드려보시길 권한다. 그곳에서 당신만의 ‘소감’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