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섬에 있는 호남가목판앞에선 제갈명씨. 사진=홍각희

나주 남평읍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품은 고장이지만, 그 가치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는 남평루 건립과 호남가 대회 개최는 남평읍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필자는 판소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난 10여 년간 나름대로 학습해 왔다. 전문적인 교육 환경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혼자 배우며 열정을 이어온 나에게 나주문화원의 판소리 강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사철가와 호남가를 접하면서 ‘서편제 판소리 본고장 나주’의 문화적 뿌리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남평에 거주하는 제갈명 씨와 함께 월현대산을 오르며 남평루 현판이 걸린 작은 정자를 찾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지석강과 넓은 들판, 그리고 무등산의 위용은 남평루가 품었을 옛 정취를 짐작하게 했다. 작은 정자였지만, 그 위에 걸린 ‘남평루’ 현판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자연스레 호남가의 구절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여산석에다가 칼을 갈아 남평루에 꽂았으니 대장부 할 일이여서 더 할손가.”

이 노랫말 속에는 남평의 기개와 정체성이 응축돼 있다. 제갈명 씨가 말했듯, 남평읍에 남평루를 다시 세우고 호남가 대회를 주관하는 것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미래로 잇는 숙원사업이다.

남평루 건립은 지역민들에게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며, 호남가 대회는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문화적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남평읍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문화는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자 내일을 여는 열쇠다. 남평루와 호남가가 다시 울려 퍼질 때, 남평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의 고장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

남평의 판소리와 남평루 건립, 그리고 호남가 대회는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과제다.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지역의 뿌리를 되살리는 일은 곧 지역의 미래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