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내리는 봄비가 대지를 적시며 생명의 축제가 시작된다. 이 축제에는 모든 존재가 초대받았다. 어린 새싹도, 수백 년을 살아온 고목도 같은 빗방울을 맞으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결의 온기는 차별 없이 모두에게 전해진다. 노인의 주름진 손등과 아이의 매끈한 뺨에 동일한 따스함으로 스며든다. 자연은 나이도, 배경도, 지위도 묻지 않는다.
꽃망울에 내려앉은 빗방울은 긴 겨울을 견뎌낸 인고의 시간에 대한 자연의 특별한 선물이다. 마치 인생의 힘겨운 시간을 견뎌낸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위로와도 같다. 어떤 꽃은 화려하게, 어떤 꽃은 소박하게 피어나지만, 모두가 봄의 풍경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다.
새들의 밝아진 노래소리는 서로 다른 음색과 리듬으로 하나의 아름다운 합창을 이룬다. 어떤 소리도 무시되지 않고, 어떤 음색도 배제되지 않는다. 자연은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자연의 변화를 온 마음으로 느끼는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고 있음을, 그리고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사회로 이어져 우리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의 일부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알게 한다.
자연이 끊임없는 변화와 순환을 통해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주듯, 우리 사회도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 상호 존중을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소통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하나 되어 가는 과정임을 문득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가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공존의 지혜를 사회 속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모든 세대와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빛깔로 빛나며 함께 걸어가는 아름다운 길이 열릴 것이다.
이 봄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면 숲은 더욱 생기가 넘칠 것이다. 오래된 나무와 새싹이 함께 만들어내는 숲의 풍경처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시니어와 청소년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며 함께 걸어가는 사회를 소망해 본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공존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시니어들이 그 아름다운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 은은한 눈부심으로 빛나는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